도심에서 벌을 키우는 ‘도시 양봉’이 늘면서 벌 쏘임 사고 등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기온이 상승하면서 벌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벌 쏘임 사고가 급증한다.
벌에 쏘이면 해당 부위만 붓고 아프기도 하지만 심하면 중증 반응으로 이어져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아나필락시스 반응(Anaphylaxis reactions)’이 벌 독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알레르기 반응인 벌 독에 의한 아나필락시스가 여름철이 겨울철보다 9.9배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벌에 쏘였을 때 증상은 개인마다 편차가 매우 크다. 벌에 쏘인 부위에만 통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위경련ㆍ자궁 수축ㆍ설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인두ㆍ후두나 기도 위쪽이 심하게 부으면서 쇼크가 생기면 사망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와 알레르기 반응 때문이다. 벌 독에 민감한 사람 즉, 벌독 알레르기 환자가 벌에 쏘인다면 더욱 위험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몸에는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을 인식하는 비만세포가 있다. 이 비만세포는 항원을 인식하면 항원과 싸울 수 있는 세포를 불러들이는 히스타민을 분비한다. 히스타민은 혈관을 확장해 혈류를 늘리고 상처 부위에 부종ㆍ통증ㆍ가려움증을 일으킨다.
그런데 벌 독 알레르기 환자가 벌에 쏘이면 과다한 히스타민 분비로 혈액이 지나치게 빠져나와 혈압이 떨어지고 몸이 붓는 등 부작용이 생긴다. 이 부작용이 심해지고 적절히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쇼크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이 바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다.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치료 후에도 정식적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환자들이 다양한 정신 질환을 동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성인 환자 203명 중 41.4%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겪었고, 이중 56%는 심각했다. 또한 47명(23.2%)은 불안장애를, 57명(28.1%)은 우울증을 호소했다.
만약 벌에 쏘이고 중증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면 비만세포 활성화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트립타제(Tryptase) 검사로 아나필락시스를 진단할 수 있다.
트립타제는 비만세포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단백질로 그 수치로 비만세포 활성화 정도를 측정하면 아나필락시스 발생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증상이 일어난 시점의 트립타제 수치와 평상시 기본 수치를 각각 측정해 트립타제 계산식을 통해 아나필락시스인지 확인 가능하다.
자신이 벌 독 알레르기인지 확인하려면 가까운 병ㆍ의원을 찾아 혈액검사로 간단히 알아낼 수 있다. 소방관이나 양봉업자 등 벌에 자주 노출되는 환경에 근무한다면 검사가 권장된다.
관련 검사로는 ‘이뮤노캡 벌독 알레르기 검사’가 대표적이다. 벌 종류는 전 세계적으로 12만 종에 달하지만 벌 독 알레르기 환자는 대부분 꿀벌ㆍ말벌ㆍ땅벌 등 특정 종류의 벌 독에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다. ‘벌 독 항원 검사’를 시행하면 벌 독 알레르기 유무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벌 독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벌 독 알레르기 환자의 절반가량은 꿀벌 독과 말벌 독에 동시 양성(double positivity)을 보인다. 이는 어떤 항원에 의해 만들어진 항체가 그 항원과 성질이 비슷한 물질에 반응하는 교차 반응(cross-reactivity)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 경우 추가적인 ‘벌 독 성분 항원 검사’로 동시 양성과 교차 반응을 구분해 정확한 원인 벌 독을 확인해야 한다.
이지원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벌 쏘임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환경에 거주 또는 근무하는 이는 만일을 대비해 미리 벌 독 알레르기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야외에서 벌을 자극하는 향수·화장품·스프레이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벌에 쏘인 후 중증 반응을 경험했다면 트립타제 검사로 아나필락시스인지 확인해 앞으로 생길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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