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면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누워 있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계속 어지럽다면 ‘기립성 저혈압’일 가능성이 있다. 어지럼증은 전 인구의 30%가 겪을 정도로 흔하게 나타난다. 여름철에는 실내외 온도 차로 인한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기립성 어지럼증이 심해질 수 있다.
저혈압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2019년 4명으로, 2015년(2만4,946명)보다 44.4% 늘어 해마다 평균 9.6% 증가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저혈압 환자는 특히 더운 여름철에 증가했다. 2019년 저혈압 진료 인원이 가장 적었던 2월(2,713명)과 비교해 7월(5,649명)과 8월(5,756명)은 환자가 2배 이상 늘었다.
연령별로 70대 환자(19.6%)가 가장 많았고, 60대(16.5%), 80대(14.2%) 순이었다. 남성은 70대(26.9%), 60대(20.5%), 80대(16.0%) 순으로 많은 반면, 여성은 20대(15.3%), 10대(15.0%), 70대(13.5%) 순으로 젊은 환자가 많았다.
저혈압은 수축기(최고) 혈압이 90㎜Hg 미만이고 이완기(최저) 혈압이 60㎜Hg 미만이면서 무력감ㆍ어지럼증 등 증상이 있을 때 진단된다. 일어설 때 일시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20㎜Hg 이상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은 심하면 졸도해 낙상할 위험이 커진다.
누워 있다가 일어서면 500~1,000㎖의 혈액이 다리 정맥혈 방향으로 몰려 혈압이 일시적으로 떨어지고 뇌로 향하는 혈류가 줄어든다. 뇌 혈류가 6초 이상 중단되거나 수축기 혈압이 60~80㎜Hg 정도 떨어지면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눈앞이 깜깜해지고 의식을 잃을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어지럼증 환자의 절반 정도가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이로 인해 부상을 입을 때도 적지 않은데 기립성 어지럼증 환자의 17%가 낙상을 경험했고, 5%는 외상을 입을 정도로 심각한 합병증을 겪기도 했다.
기립성 어지럼증은 여름철에 심해진다. 여름은 체온조절을 위해 피부로 혈액이 많이 몰려 심부(深部) 혈액량이 줄어들어 기립성 어지럼증이 더욱 두드러진다.
땀 분비로 인한 탈수도 혈액 농도를 높여 원활한 혈액순환을 방해해 심하게 어지러울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어지럼증은 주로 앞이 캄캄해지거나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보통 수 초 동안 증상이 지속되지만 수 분까지 증상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 밖에 무기력감ㆍ오심을 호소하기도 하며, 얼굴이 창백해지기도 한다.
기립성 어지럼증을 예방하려면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하루 1.5~2리터의 물을 마시고,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침대에서 일어날 때 바로 일어나지 않고 침대에 몇 분 동안 앉아 있다가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변정익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높은 강도의 실내 자전거 타기 운동처럼 하지 근육 수축을 늘리거나, 다리를 꼬고 일어나기, 다리 근육 수축하기, 스쿼팅 등도 도움될 수 있다”고 했다.
특별한 금기 사항이 없다면 하루 0.5~2.5g의 염분을 섭취하면 좋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신경 질환을 앓고 있다면 염분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복대나 탄력 스타킹 등으로 다리ㆍ복부를 압박해 주는 습관도 하체의 정맥혈 방향으로 피가 고이는 것을 막아 기립 시 발생하는 어지럼증을 예방할 수 있다. 어지럼증이 생기면 머리를 낮추고 다리를 몸보다 높게 하는 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장기간 반복적으로 저혈압 의심 증상이 생기면 저혈압 자체보다 심장 질환이나 자율신경계 질환, 패혈증 같은 원인 질환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므로 반드시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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