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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미국 대신 한국 증시 상장으로 노선 바꾼 이유는?

입력
2021.07.0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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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를 운영하는 김슬아 컬리 대표. 컬리 제공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김슬아 컬리 대표. 컬리 제공

온라인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인 마켓컬리가 미국 대신 국내 증시 상장으로 노선 변경에 나섰다. 상장 추진에 앞서 2,000억 원대 투자 유치에 성공한 컬리 측은 당분간 국내 시장 공략에 치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9일 2,254억 원 규모의 시리즈 F(6번째) 투자 유치를 완료하고 향후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컬리의 증시 상장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가 될 전망이다. 컬리의 이번 투자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밀레니엄 매니지먼트, 컬리와 샛별배송 업무협약(MOU)을 맺은 CJ대한통운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번 투자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5월 시리즈 E 투자 유치 이후 약 1년 만에 2.6배가 오른 셈이다.

이번 전략 수정에 대해 컬리 관계자는 "고객, 생산자, 상품 생산자, 판매자 등 컬리 생태계 참여자와 함께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앞으로의 잠재적 투자자도 한국에 있는데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하나만 보고 미국에 가는 것보다는 한국이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사업 확장을 고려하면, 사업모델을 모두 갖춘 한국이 컬리에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거래소 유치 환경이 바뀐 것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거래소는 3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규정을 완화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에 눈을 돌리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들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또, 시가총액 1조 원이 넘으면 적자를 내더라도 상장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한 단독 상장요건을 신설했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이 9,531억 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규모 또한 1,163억 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수익성 악화 문제로 그동안 국내 상장을 고려하지 않았던 컬리가 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켓컬리 경영실적. 그래픽=김문중 기자

마켓컬리 경영실적. 그래픽=김문중 기자

다만, 업계에선 컬리의 전략 수정은 불가피했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에 한정된 샛별배송과 식품에 치우쳐 있는 포트폴리오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이후 컬리의 성장성에 한계가 보였던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뒤 ‘e커머스 3강’이 굳어지는 분위기가 생기자 컬리가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컬리는 이번 투자금액을 기술 개발에 주로 투입할 계획이다. 상품 발주, 재고관리, 주문처리, 배송 등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방침에서다. 특히 샛별배송 서비스 지역을 5월 충청권까지 확대한 데 이어 하반기엔 남부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생산자들과는 상생협력에 힘쓰고, 기술투자와 인재 유치로 고객 가치를 높여 장보기 시장의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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