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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성추행 사망 '합동 수사' 40일… '윗선' 수사는 아직도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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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성추행 사망 '합동 수사' 40일… '윗선' 수사는 아직도  제자리

입력
2021.07.09 18:37
수정
2021.07.09 20: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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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중간수사 결과' 발표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9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피해자 이모 중사 추모소에 추모객이 보낸 국화가 놓여 있다. 성남=연합뉴스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9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피해자 이모 중사 추모소에 추모객이 보낸 국화가 놓여 있다. 성남=연합뉴스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과 관련해 22명이 입건되고 10명은 재판에 넘겨졌다. 보직 해임 및 징계까지 포함하면 문책 대상자는 총 38명. 창군 이래 단일 성범죄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조직적 은폐 등 2차 가해와 부실 수사 정황도 확인됐다. 피해자 이모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49일 만인 9일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내놓은 결과물이다. 중간수사 내용이 이 정도다.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합동수사단의 소환 통보에 세 차례나 불응했던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은 수사 38일이 지난 이날에서야 늑장 출석했다. 그는 범죄 발생부터 사후 처리까지 모든 의혹의 정점에 있는 군 검찰의 수장이다. ‘윗선’에 대한 단죄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사건 발생부터 죽음 이후까지 은폐·축소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9일 국방부 청사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9일 국방부 청사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발표에서도 이 중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각종 비위 행태가 낱낱이 드러났다. 가해자 장모 중사는 피해자가 군사경찰에 신고하자 “하루종일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라는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성추행 피해 보고를 받은 노 준위를 비롯한 상관들은 “너도 다칠 수 있다” 등 역시 협박에 가까운 회유에 가담했다.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도 허술했다. 신고 접수 후 이 중사는 청원휴가에 들어갔지만 조사 등을 이유로 휴가 기간 대부분을 부대 내 관사에서 보냈다. 장 중사 숙소와는 960m, 2차 가해자 노 준위 숙소와는 불과 30m 떨어진 거리였다. 당시 피해자가 소속된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은 사건 발생(3월 2일) 2주가 흐른 같은 달 17일에서야 장 중사를 처음 수사했다.

2차 가해는 5월 18일 피해자가 휴가 복귀 후 옮긴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계속됐다. 정보통신대대장 등은 간부들에게 “이 중사가 불미스러운 사고로 전입 오니 자세히 알려 하지 마라”면서도 그를 부대 내 17개 부서를 돌아다니며 인사하게 했다. 전입자가 사실상 성폭력 피해자라고 대놓고 공지한 셈이다.

사흘 후 이 중사가 목숨을 끊은 뒤에는 사건을 은폐ㆍ왜곡하기에 바빴다. 공군본부 군사경찰은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에게 사망자가 ‘성추행 피해자’라고 보고했지만, 정작 국방부조사본부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단순 사망사건’으로 기재했다.

국방부도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2018년 7월 국방부 '기무사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 특별수사단장으로 일할 당시 모습이다. 연합뉴스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2018년 7월 국방부 '기무사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 특별수사단장으로 일할 당시 모습이다. 연합뉴스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전면 수사에 착수한 국방부 역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대표 사례가 전 실장이다. 그는 이날 오전까지 조사 한 번 받지 않았다. 20비행단 검찰이 ‘기소 의견’으로 장 중사 사건을 넘겨받은 시점은 4월 7일. 자신의 관할인 탓인지 그는 50일 넘게 소환을 거부했다.

합동수사단은 지난달 16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전 실장의 사무실과 휴대폰을 압수수색했으나, 부실 지휘 여부를 밝혀낼 핵심 절차인 ‘포렌식’은 진행하지 못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포렌식은 참관 동의를 얻지 않으면 추후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어 (전 실장이) 수락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조차 수사 대상자에게 끌려다니고 있다고 자인한 꼴이나 다름없다.

전 실장은 심지어 국방부의 무리한 수사를 이유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사건 이첩을 요청하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가 지난달 합동수사단 내 검찰단의 세 차례 소환 요구에도 불응하며 버틴 이유다. 전 실장은 이날 오후에서야 뒤늦게 출석했다.

이 전 공군총장이 참고인 수사에 응하지 않은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직 총장이라 군사법원 관할 대상은 아니다”라면서도 “참고인으로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이 전 총장 측에서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중사 유족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유족 측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 강조한 엄정 수사 의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고강도 대책을 촉구했다.

통합 성범죄 대응조직 대책 내놨지만...

최광혁 국방부 검찰단장이 9일 오전 국방부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광혁 국방부 검찰단장이 9일 오전 국방부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는 이날 장관 직속의 통합 성폭력 대응 전담 조직을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미국 국방부 산하 ‘성폭력 예방 대응국(SAPRO)’을 본뜬 건데, 성범죄 수사를 일원화하면 보다 빠른 처리가 가능하고 수사 독립성도 보장할 수 있다는 취지다.

군사법원에 성범죄 전담 재판부를 두고 2심부터는 민간법원으로 재판을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성범죄 수사 및 재판은 애초에 민간이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자 나온 절충안이지만 성폭력 예방에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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