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대구한의대 교수
군위·의성에 건설될 대구신공항은 내륙에 위치한 탓에 해상공항인 인천공항이나 간사이공항을 모델로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건설 비용, 운영경비 등의 측면에서 두 공항은 대구신공항의 반면교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필자는 간사이공항이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반면, 인천공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대구신공항이 과연 인천공항이 될 수 있는가?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현재 한반도의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여객 송출 2위인 김해국제공항의 국제선 기준 B747 대형 여객기(좌석 330개)의 착륙료는 305만 원이다. 인천국제공항 착륙료(341만원)의 89% 수준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방공항 활성화 차원에서 착륙료를 10% 인하해 주었기에 가능한 금액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착륙료가 낮으면서 이용 승객이 많은 공항이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취항을 고려할 수 있다. 몇 개의 저가항공사가 허브공항으로 결정할 정도로 김해공항이 관심을 끈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결과 김해공항은 연 2,00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중규모' 공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중소형 여객기의 취항만으로도 일본 간사이공항의 연 이용 인원(3,000만 명)에 겨우 1천만 명이 부족한 건실한 공항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에 따라 지방공항이 활성화된 대표적 사례가 바로 대구공항이다. 2012년 대구시는 '대구국제공항 활성화 조례'를 제정, 국제선 신규 노선을 취항하는 항공사에 대해 손실액의 일부를 보전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국내 공항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한국공항공사'도 대구시의 조처에 부응하여, 신규 취항 항공사에 대해 착륙료·정류료·조명료 등 시설사용료의 50%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2014년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이 대구공항에 둥지를 틀었고, 2016년 에어부산과 타이거에어가 추가로 취항했다.
이전까지 3개의 국제노선(중국 베이징, 상하이, 선양)밖에 없던 대구공항은 대구시와 국토교통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국제노선이 15개로 늘어났고, 이용 승객은 2013년 108만 명에서 2017년 350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용 승객들이 늘어나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려온 대구공항은 2016년 흑자로 돌아섰고, 2017년에는 60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2019년 현재 대구공항은 대한항공을 비롯한 8개 항공사가 베이징, 상하이, 도쿄, 오사카, 홍콩을 비롯한 동아시아 18개 노선을 운항 중이며, 연 680만 명(국내선 470만 명, 국제선 210만 명)이 이용하여 111억 원(2018년)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국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에 이은 4위권 성적이다.
군위·의성에 들어설 대구신공항 건설에 소요될 비용은 8조 원가량이라고 한다. 가덕도 신공항 비용(29조 원)의 1/3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다. 노년층이 많이 거주하는 군위·의성은 경북에서도 대표적인 소멸 적신호가 켜진 농촌부 지자체이기 때문에 지가가 싸고, 내륙공항으로 설계된 탓에 건설 비용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착륙료를 비롯한 각종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고 또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중앙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국제선 대형 여객기의 착륙료를 대만 타이위안공항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3.5㎞ 이상급 대형 활주로 2개, 대형 여객기 30대 이상 주기(駐機)할 수 있는 거대 규모의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면, 2016년 이래 대구공항이 보여준 놀라운 성공을 대구신공항에서도 충분히 이룩할 수가 있다.
문제는 한반도 동남권 관문공항의 자리를 두고 대구신공항이 가덕도신공항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덕도신공항이 간사이공항의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구신공항의 활로가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평균 17미터 수심의 심해를 메꿔 인공섬을 건설해야 하는 탓에 건설비가 인천국제공항 5단계 공사에 들어갈 총경비(17조8천 억원)보다 무려 11조 원이나 더 투입해야 하고, 바람과 해류가 빠른 외해에 위치한 탓에 지반 침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태풍 진행 경로상에 위치하여 태풍 발생 빈도가 높은 8-9월에는 비행기의 결항 우려가 크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특별법을 제정하여 가덕도에 특수 지위를 부여했지만, 다른 지방공항과 대비되는 특혜를 이 공항에만 몰아주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 수는 없다.
정부는 가덕도신공항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다른 지방공항에도 부여하든가,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약속한 특혜를 줄여야 한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13개 지방공항에 모두 파격적인 특혜를 줬다가는 과다 재정 지출로 인해 중앙 정부가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1년 뒤에 들어설 새 정부는 진보든 보수든 할 것 없이 가덕도신공항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철회하거나 낮출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수심이 깊고 외해에 위치한다는 태생적 업보를 안고 있는 가덕도신공항은 추가로 투입되는 운영경비를 만회하기 위해 공항시설 사용료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경우 저가항공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항공사의 비행기 취항이 어려울 수 있다. 간사이공항처럼 이용 승객이 예상에 크게 못 미쳐 적자 공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대구공항이 인천공항을 모델로 하여 선순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반면, 가덕도신공항은 간사이공항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동남권 관문 공항의 자리는 대구신공항이 차지할 확률이 높다. 대구·경북의 주민들이 대구신공항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공항으로 성장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2016년 '김해신공항 확장안'에서 제시한 김해공항의 '부속 공항'으로 설계된 대구신공항의 위상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세계공항협회가 인정하는 '중규모급' 공항, 곧 연 2천만~3천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건실한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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