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개발사업 심의 강화 위해 조례 개정
문제 있다 판단되면 모두 심의 대상 포함
도 “난개발 막고 투자적격 제대로 검증”
관광산업으로 지역의 경제를 돌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제주도가 관광개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규모 관광시설과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각종 빗장을 열어젖히던 제주도다. 관광산업이 포함된 제주도의 서비스업 부가가치생산액 비중은 전체 생산액의 75%를 차지한다.
제주도는 최근 관광개발사업 심의 대상을 확대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도 개발사업시행 승인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개발사업심의위의 심의 대상사업 범위가 현행 50만㎡ 이상에서 30만㎡ 이상으로 확대됐다. 더 많은 개발사업에 대해 관여하겠다는 뜻이다. 또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30만㎡ 미만 개발사업의 경우에도 도가 ‘투자적격 여부 등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심의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도 관계자는 “사실상 자금 조달 능력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개발사업에 대해 도가 직접 사전 검증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다. 개발사업에 대한 지도점검 조항을 신설해 유관부서 협의내용과 승인조건 등에 대한 이행상황을 매년 점검한다. 또 조례는 개발사업심의위 위원도 현재 12명에서 15명으로 늘리도록 해 더욱 깐깐한 심사를 예고했다. 특히 자연·생태분야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 환경적 측면의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제주도가 관광개발에 대한 기조를 틀고 나선 것은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으로 지역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업이 난개발로 이어져 환경 훼손 논란이 있었고, 주민 갈등,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의 후유증이 있었다.
실제 제주도 곳곳엔 짓다 만 건축물들이 섬 풍광을 해치고 있다. 서귀포시 토평동 일대에서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녹지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은 2017년 5월 이후 공사가 진척이 없다.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제주국제녹지병원이 무산되고, 자금조달 문제 등 복합적인 이유로 공사재개 시기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역시 중국 자본인 ㈜록인제주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일원 52만㎡에 4,600억여 원을 투입해 휴양콘도와 호텔 등을 짓는 록인제주 관광단지 조성사업도 자금조달 문제로 2017년 6월 공사를 중단했다.
관광개발에 대한 제주도의 이 같은 정책 변화 배경엔 저가 단체관광의 놀이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지금은 제주도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명품 관광지로 거듭나지 않을 경우 또다시 국민들은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제2 제주공항 신설 필요성의 근거 중 하나로 제주 관광의 고급화를 들고 있다.
도 관계자는 “조례 개정으로 일부 사업자에게는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며 “그러나 사업 승인 이후 오랫동안 진행되지 않는 사업이 많기 때문에 사업계획과 투자적격 여부를 제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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