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기, 전광판, 방송설비, 수위 측정 센서 등 갖춰
호우·태풍경보 시 통행 제한, 위험 수위 기준도 강화
부산에 시간당 최고 60㎜ 장대비가 쏟아지던 7일 오후 2시 30분쯤. 동구의 초량 제1지하차도는 막혀 있었다. 1시간 전만 해도 차량들이 분주하게 오갔지만, 호우경보가 발효되자 구청과 경찰이 긴급 통제에 나선 것이다. 초량 제1지하차도는 지난해 7월 23일, 폭우로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오가지도 못하게 된 차량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시민 3명이 목숨을 잃은 곳. 1년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이날 초량동 중앙대로에서 부두길인 충장대로 방향 지하차도 입구 전광판에는 '진입금지'를 알리는 빨간색 불이 들어와 있었다. 평소 '지하차도 정상통행'이라는 초록불이 켜져 있던 곳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렸다.
빨간불만 들어온 게 아니었다. 전광판 위의 스피커 2개는 "진입금지" "진입금지" 안내 방송이 반복해 흘러나왔다. 지하차도가 침수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전에 차단 조치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사고 때와 달리 호우경보 등 기상특보에 따라 지하차도를 바로 통제하는 기준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 룰이 작년에 작동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커지는 대목으로, 행정안전부가 2019년 만들어 지자체에 하달한 '침수우려 지하차도 목록'에 초량 제1지하차도도 포함됐던 점은 감안하면 여러 아쉬움이 남는다. 사고 당시, 부산시와 동구청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이 사실을 바탕으로 지난달 행정안전부는 부산시에 시와 동구청 공무원 등 14명에 대해 신분상 처분이 필요하다는 징계 의결 요구를 통보했다.
지하차도 입구의 전광판과 스피커 외에도 침수에 대비한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초량동에서 지하차도로 들어가는 내리막 입구에는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을 차단할 수 있는 수동 차단기와 진입 1개 차로를 막는 자동 차단기가 설치돼 있었다. 반대편 입구 쪽에도 수동 차단기가 설치돼 있었다. 동구청 관계자는 "지하차도 내 수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와 함께 그 정보를 실시간 표시하는 표지판도 설치됐다"고 말했다. 이 센서는 물의 압력(유속)과 수위를 동시에 측정, 위험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지하차도 내 위험 수위 기준도 20㎝에서 15㎝로 강화됐다.
지하차도 안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도 다시 설치됐다. 사고 당시 CCTV 카메라는 터널 내부를 비추지 못해 터널에 물이 차오르는 상황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CCTV 화면을 기존엔 해당 부서와 관제센터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이젠 당직실 근무자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동구에는 사고가 난 초량 제1지하차도 외에 초량 제2지하차도와 부산진시장 지하차도가 있다. 두 곳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같은 침수 대비 시설을 마련했다.
동구는 초량 제1지하차도를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하는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행안부로부터 정비사업 예산을 지원받아 배수펌프 용량도 늘려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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