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북쪽으로 세력 확장 중
바드기스주서 정부군과 충돌
이란 중재 '깜짝회담'도 성과 無
20년 만에 미군이 떠난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조직 탈레반이 본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거점인 남부 지역을 벗어나 북쪽으로 진격하면서 정부군과의 충돌도 벌어졌다. 미군 등 외국 군대의 철수 결정 당시부터 제기됐던 아프간 내전 발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7일(현지시간) 아프간 바드기스주(州)의 주도인 칼라이나우 도심에서 정부군과 탈레반 간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일부 경찰이 치안 책임을 피해 달아나면서 탈레반이 손쉽게 도심에 진입했고, 일부 경찰서까지 수중에 넣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란 속에 시내 감옥에선 수감자 200여 명이 탈출에 성공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세 과시'를 위해 이날 수십명의 무장 조직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칼라이나우 도심을 질주하고, 시민들이 이를 응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유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돼 온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 됐다.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철수가 탈레반 세력 확장의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현재 미군과 나토군의 철수는 90% 완료됐다. 반(反)탈레반 작전 지휘 본부 역할을 했던 카불 인근 바그람 공군기지도 지난주 완전히 비었다. 탈레반 입장에선 공습 위협이 사라진 것이다. 아프간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탈레반은 미군 철수가 시작된 후 전체 행정구역 400여 곳 가운데 100곳 이상을 장악했다.
바드기스 지방의회 소속 압둘 아지즈 베그 의원은 탈레반의 빠른 세력 확장을 "댐이 고장나는 것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최근 이틀 사이 탈레반은 북동부 바다크샨주 20여 개 지역도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 1,000여 명이 국경을 넘어 타지키스탄으로 도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탈레반의 공세에도 아프간 정부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칼라이나우에서 탈레반 세력을 모두 내보냈고, 주요 도시와 도로, 국경 도시를 확보하겠다고 정부는 공언했다. WP는 아프간 관리들을 인용해 "북부의 경우, 민족 분포가 파슈툰족 중심인 남부와는 달라서 탈레반이 장악하기엔 지역적 저항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력 충돌 중단을 위한 대화도 시도됐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이날 이란의 중재로 아프간 정부 측 인사와 탈레반 대표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깜짝 평화 회담'을 열었지만, 어떤 해결책도 나오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회담에는 이란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과 유누스 카누니 아프간 전 부통령, 모하마드 압바스 스타니크자이 탈레반 정치국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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