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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진보진영 "미중 신냉전에 기후변화 악화 "… 커지는 바이든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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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진보진영 "미중 신냉전에 기후변화 악화 "… 커지는 바이든의 딜레마

입력
2021.07.09 04:30
수정
2021.07.0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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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단체 "기후 대응 위해 中과 협력해야"
'인권'과 '기후', 우선순위 두고 고민 커져
"기후 문제가 바이든에 힘 실을 것" 분석도

시진핑(왼쪽 사진)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자료사진

시진핑(왼쪽 사진)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자료사진

미국과 중국 간의 신(新)냉전이 기후변화 시곗바늘을 더 빠르게 돌릴까. 서방 동맹들을 규합해 중국 포위망을 구축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중(對中) 강경책이 지구촌의 기후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미 진보진영에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인권 문제를 눈감아 줄 순 없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기본 입장이다. 기후변화와 인권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두 의제의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그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진보성향 시민단체 48곳은 7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에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촉구하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백악관과 의회에서 높아지는 반중(反中) 수사(修辭·rhetoric)가 기후 위기를 키우고 있다”며 “실존 위협 해결을 위해선 (중국에 대한) 적대적 접근을 지양하고, 다자주의와 외교 및 협력을 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지구의 미래는 미중 냉전 종식에 달려 있다”고도 덧붙였다. 인류 공통의 도전 과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중국의 협력이 필수인 만큼, 더는 대립각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배경은 갈수록 격화하는 미중 갈등이다.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인권, 안보, 기술 등 다방면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인권·민주주의 같은 보편적 가치는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핵심 주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정권의 인권 탄압이었다. 미중 대립의 최전선에 인권 문제가 있는 셈이다.

지난달 13일 영국 콘월 세인트 아이브스 해변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가국 지도자들의 얼굴 모습을 본뜬 대형 가면을 쓴 시민단체 회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세인트아이브스=AP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영국 콘월 세인트 아이브스 해변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가국 지도자들의 얼굴 모습을 본뜬 대형 가면을 쓴 시민단체 회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세인트아이브스=AP 연합뉴스

그렇다고 환경 문제를 무시할 순 없다. 기후변화는 세계 패권을 다투는 미중 양국이 공히 최우선 순위에 올려 둔 의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 복귀 행정명령을 내리고, 역대 미 행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국가안보회의 산하에 기후특사까지 둘 정도로 관심이 크다.

그러나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의 협조가 없다면 기후 대응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인권’과 ‘기후’란 양대 정책 기조 중 어느 하나의 손만 들어줄 순 없는 딜레마에 빠진 꼴이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 직후 뉴욕타임스는 “기후협력을 둘러싼 바이든과 시진핑의 관계는 마치 자녀 결혼식을 앞둔 이혼 법정의 부부 같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일단 미국은 정치·경제적으론 첨예하게 대립하더라도 ‘기후변화’란 공동 의제를 두곤 협력하는, 화전(和戰) 양면의 대중 접근법을 모색 중이다. 올 초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가 “미중 간 어떤 이슈도 기후문제와 거래되진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투트랙 전략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게 진보 진영의 판단이다. 서한에 이름을 올린 외교·안보 시민단체 ‘저스트포린폴리시’의 에릭 스펄링 이사는 “반중 전략이 이어지면 바이든표 기후변화 의제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도 힘을 보탰다. 민주당 내 손꼽히는 진보주의자인 로 칸나 하원의원은 “국가안보를 우선시하면서도 글로벌 이슈엔 협력 공간을 만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기후 운동가들이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기후 운동가들이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그럼에도 정치권에 이 같은 주장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환경 분야에서조차 중국과 손을 맞잡는 데엔 거부감을 보이는 공화당은 물론, 집권 민주당 내에서도 중도 성향 의원들이 ‘인권 유린’을 문제 삼으며 대중 강경책을 주문하는 탓이다. 최근 상원에선 초당적 중국 견제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정 내에서도 팽팽히 엇갈리는 목소리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폴리티코는 “중국 내 인권 탄압과 기후변화 억제 사이에서 벌어지는 민주당 양 날개(진영)의 정치적 싸움은 향후 미중 관계의 방향 설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역설적으로 기후 문제가 미중 패권 경쟁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기후 대응을 지정학적 카드로 사용해선 안 된다”며 미국에 견제구를 던지긴 했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기후 위기 대처를 국가 핵심 의제로 천명한 만큼 이를 고리로 양국 간 교착 상태를 해소해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CNBC 방송은 “기후 변화는 곧 에너지와 연관되기 때문에 기후 분야 협력이 (대중국) 무역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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