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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만 중흥의 2배인데..." 새우에 먹힌 고래 대우건설 내부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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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만 중흥의 2배인데..." 새우에 먹힌 고래 대우건설 내부 술렁

입력
2021.07.08 11: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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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 기자회견에서 심상철(맨 오른쪽) 전국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 기자회견에서 심상철(맨 오른쪽) 전국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흥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모 조합에서는 벌써부터 강력하게 항의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중흥이 지역 중견 건설사라는 인식이 강하니까요. 수도권 일대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이 본격화될 텐데, 중흥 인수 소식이 '마이너스'면 마이너스지 '플러스'가 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대우건설 직원 A씨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남 기반의 중견 건설사 중흥건설이 선정되자 마지막까지 버틴 '대우맨'들이 술렁이고 있다. 중흥 인수 이후 임금협상 등 처우에 대한 우려부터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인한 사업 실적에서의 '적신호'까지 걱정이 한가득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매각 이후 대응과 관련한 공문을 대우건설 측에 발송했다. 본입찰 결과 중흥건설의 인수가 유력해지자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른 대우건설의 입장을 문의한 것이다. 행당7구역은 성동구 재개발 '대장주'로 꼽히는 곳으로, 조합 내부에서는 시공사 변경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1군 건설사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선호도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 강남 일대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대기업 건설사들이 브랜드 가치를 내세워 수주전을 '싹쓸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물산이 '래미안'을 내세워 서초·강남 수주전에서 앞서 나가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브랜드 가치 제고는커녕 오히려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수주전에서는 브랜드 이미지가 조합원 투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속이 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흥 입장에서는 대우건설 구성원들의 반발도 인수 완료까지 넘어야 할 산이다. 벌써부터 '인수 이후 처우가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결합 과정에서 능력 있는 임직원들의 이탈을 예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대우건설과 중흥그룹의 '체급' 차이는 상당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우건설의 평균 연봉은 8,200만 원이다. 중흥건설 평균 연봉(4,510만 원)의 두 배에 가깝다.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임금협상 시 인수 자금 회수 등을 이유로 임금이 동결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이다. 반대로 기존 중흥건설 직원들은 대우건설 인수를 계기로 처우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중흥 측이 대우건설 임직원의 고용안정을 보장한다고 강조했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대우-중흥'의 분리경영 체제가 유력해도 기업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의 불씨 역시 남아있다.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아직은 '두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도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혹시 모르니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해야 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오간다"고 전했다.

대우건설 노조도 '재입찰 논란' 관련 감사원 감사 청구를 비롯해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오는 12일 KDB산업은행 앞에서 시민단체들과 함께 졸속·특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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