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IAEA에 "농도 20% 우라늄 생산"??
이란 대선 강경파 집권 후 연일 강경
미국 "벼랑 끝 전술 당장 중단해야"
교착 기간 길어질수록 협상에 차질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쓸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을 두고 미국과 정면 대립하면서 '벼랑 끝 전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막바지에 달했던 협상이 이란의 강경파 정권 출범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비공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농도 20%의 우라늄을 중부 이스파한의 핵연료 제조공장의 연구개발실로 운송하고, 이곳에서 고농축 우라늄 금속으로 제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보통 원자력 발전소에서 쓰이는 우라늄 농도는 3~5% 수준이지만, 농도 20%부터는 핵무기 제조에 쓸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이다.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JCPOA 탈퇴와 제재 부활 이후 단계적으로 우라늄 농도를 높여 왔고, 이미 일부 시설에서 60%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라늄 농도가 90%에 이르면 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다.
이란의 도발에 미국은 즉각 대응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가 생산적이고 지속 가능한 핵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핵합의 복원을 위해 진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란의 이런 행동은 유감스러운 퇴행”이라면서 “이란의 도발적 행동은 현재의 협상에서 어떤 지렛대도 될 수 없을 것이며, 이 같은 벼랑 끝 전술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개국도 이날 성명을 발표해 “이란의 계획은 핵합의의 심각한 위반이자 핵합의 복원을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달 말로 예상됐던 협상 기한을 두고 이란이 잇단 강경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지난달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통해 대미 강경파 정권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미국 등 서방에 적대적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가 당선된 지 이틀 만에 협상을 잠정 중단했고, 지난달 말엔 IAEA와 합의한 임시 핵사찰 기간 만료를 통보하기도 했다.
아니세 바시리 타브리치 영국왕립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임기가 한 달 남은 하산 로하니 정권으로서는 협상을 성사시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지 않고, (곧 출범할) 라이시 새 정권도 미국에 끌려가듯 협상에 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제재를 푸는 게 시급하지만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정치적 셈법이 달라지면서 쉽사리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라이시 당선인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 등을 추가 요청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물론 핵합의 복원 협상이 당장 깨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가 계속될수록 교착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미하일 울리야노프 주유럽연합(EU) 러시아 대사는 “오랜 기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면 이른 시간 내에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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