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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의 야구민국] 예일고 "경북 북부 자부심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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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의 야구민국] 예일고 "경북 북부 자부심 될래요"

입력
2021.07.07 18:45
수정
2021.07.29 23:09
0 0

안동 예일 메디텍 고등학교 야구부?
5년 전 미션스쿨인 안동 예일 메디텍 고교에서 야구부 창단?
시합 가능한 야구장 4개동, 구미 김천보다 야구 인프라 우수?
청룡기 야구대회에 출전 “강팀과의 시합 자체가 자부심 될 것”


안동 예일 메디텍 고등학교 야구부. 창단 5년차 팀이다. 미션스쿨인 안동 예일 메디텍 고교에서 창단했다. 박상은 기자

안동 예일 메디텍 고등학교 야구부. 창단 5년차 팀이다. 미션스쿨인 안동 예일 메디텍 고교에서 창단했다. 박상은 기자


"안동에도 야구부가 있나?"

안동 예일 메디텍 고등학교 야구부 관계자들이 타지에 나가면 으레 듣는 말이다. 안동 하면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슬로건과 함께 도산서원을 비롯한 여러 고택과 서원, 안동 소주, 찜닭, 간고등어 등이 연상될 뿐이다.

안동을 좀 더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우선 전국의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중에서 가장 넓다. 서울 면적의 2.5배에 달한다. 땅이 넓은 만큼 인재도 많고 다양한 역사를 품고 있다. 태조 왕건은 안동 사람들의 도움으로 견훤에게 승리했고, 공민왕은 안동에 머물려 홍건적을 물리쳤다. 조선시대 안동은 사림의 본고장이었고 가장 한국적인 유학인 성리학을 체계화했다. 유학의 고장답게 서울 다음으로 과거 합격자를 많이 배출했다. 이렇듯 유교문화가 정점을 찍은 고장이긴 해도 일찍부터 불교문화와 민속문화가 고루 번성했을 만큼 포용력이 넓은 지역이었다. 이런 역사를 알고 나면 질문이 정반대로 바뀐다.

"이렇게 인재도 많고 다양한 역사가 깃들어 있는 지역에 왜 진작 야구가 들어오지 않았을까?"

야구가 일제강점기에 일본팀과의 경기를 통해 대중의 성원을 얻어내면서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동에서 가장 많은 독립 운동가가 배출되었다는 사실 역시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그런 면에서 5년 전 미션스쿨인 안동 예일 메디텍 고교에서 야구부를 창설한 것은 단순한 우연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민족운동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야구의 전통이 100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금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예일 메디텍 야구부는 '야구 불모지'라는 썩 달갑지 않은 타이틀을 걷어내며 등장한 만큼 '야구 부흥'이라는 숙명을 짊어지고 탄생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서울에서 박성균 감독을 데려온 것도 숙명을 감내하기 위해서였다. 박 감독은 성남 중고등학교에서 27년간 야구부를 이끌었고 전국고교야구감독협의회 회장, 청소년 야구 대표팀 수석코치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박 감독은 "모교에서 선수생활과 지도자 생활을 했는데, 새로운 도전의 필요성을 느껴 예일고 감독에 지원했다"면서 "예일고를 전국 명문팀 반열에 올려놓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성균 예일 메디텍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박 감독은 성남 중고등학교에서 27년간 야구부를 이끌었고 전국고교야구감독협의회 회장, 청소년 야구 대표팀 수석코치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박 감독은 "예일고를 전국 명문팀 반열에 올려놓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상은 기자

박성균 예일 메디텍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박 감독은 성남 중고등학교에서 27년간 야구부를 이끌었고 전국고교야구감독협의회 회장, 청소년 야구 대표팀 수석코치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박 감독은 "예일고를 전국 명문팀 반열에 올려놓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상은 기자


문남열 투수 코치. 박성균 감독 부임과 함께 합류했다. 박 감독의 '오른팔'로 통한다. 박상은 기자

문남열 투수 코치. 박성균 감독 부임과 함께 합류했다. 박 감독의 '오른팔'로 통한다. 박상은 기자


박준혁 타격 코치. 한화이글스 출신이다. 박상은 기자

박준혁 타격 코치. 한화이글스 출신이다. 박상은 기자


박 감독의 최대 장점은 소통이다. 그는 코칭 스태프와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외부의 평가 역시 그 부분을 강점으로 꼽는다. 박 감독은 "선수의 입장에서 운동 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선수와 감독, 코칭 스태프 간의 오해로 거리감이 생기면 집중해야 할 시기에 그렇게 못해 뒤처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선수 생활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힘든 점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 고민이 있는지 항상 인지하고 그 부분을 보완·개선을 하려고 애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실력보다는 2~3년 뒤를 보면서 팀을 리빌딩"

역사가 짧은 인프라 상황은 전통의 명문고와 비교하면 열악한 편이다. 학교 야구장이 없다. 학교에서 3.3㎞ 떨어진 용상체육공원 야구장을 이용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그나마 야구장 시설이 좋다는 점이다. 인조 잔디 구장을 4개동을 보유하고 있다. 시설 면에서 정식 시합을 치를 수 있을 만큼의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4개 구장 모두 야간 조명 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야간 훈련이 불가능하다. 훈련량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하나 극복해야 할 문제는 선수 숫자다. 1,2,3학년을 다 합쳐서 27명밖에 되지 않는다. 절반은 전학생이다. 그만큼 선수 수급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감독의 고민에 동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감독은 "당장의 실력보다는 2~3년 뒤를 보면서 팀을 리빌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상황을 보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2~3년 뒤의 성과를 위해 당장 시급한 문제는 안동과 인근 중학교의 선수가 타지로 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지역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지역에 남아야 야구부원이 제대로 채워질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박 감독의 존재감이 크게 작용한다. 경북 지역 야구 관계자들은 "박 감독의 실력과 인품을 신뢰하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인근 중학교의 선수들이 다수 진학을 타진해오고 있다. 상황이 긍정적이다. 박 감독은 "계획대로만 된다면 예일고고 야구 명문으로 자리 잡는 것도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예일 야구부를 안동과 인근 도시의 선수들로 구성할 것입니다. 자립적으로 선수를 키워 안동 출신들로 이루어진 골수 안동팀으로 전국을 호령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1차 목표는 2년 후인 2023년에 경북의 4개 고교 중 안동 예일고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는 것이다. 2024년에 대구의 3개 야구부와 겨루어 이기는 것이 2차 목표다.

"안동이 야구 불모지라고는 하지만 야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야구부가 없어서 안동이 아닌 인근 지역을 응원했을 뿐입니다. 안동에는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용상 생활체육 공원의 야구장만 봐도 그렇습니다. 시합을 할 수 있는 정식 야구장이 4개동이나 됩니다. 사회인 야구가 정말 활발합니다."

인근 지역과 비교하면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편

인근 지역과 비교해보면 안동의 야구 인프라가 또렷하게 부각된다. 구미의 경우 인구나 경제 규모에서 안동을 월등히 앞서지만 엘리트 야구 중학교 야구부가 운동할 수 있는 천연잔디 및 인조잔디 구장이 단 한 곳도 없다. 고교야구팀이 이용할 수 있는 야구장을 비롯해 중학교 고교야구 시합을 할 수 있는 경기장도 없다. 몇 년 전 열린 전국체전에선 구미에 경기장이 없어 포항에서 경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보유한 야구장에서 진행 가능한 경기는 초등과 리틀 야구단 정도다. 다만, 지역사회인 야구 동호인이 사용 가능한 구장은 다수 보유하고 있다.

김천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우선 초중고 야구 팀 자체가 없다. 그리고 사회인 야구 경기장 몇곳과 시에서 보조해주는 리틀 야구장이 한 곳 있으나 여름이면 침수 위기에 노출되는 등 상황이 열악하다. 야구장을 제외하면 김천은 경북에서 스포츠 인프라가 가장 잘 조성되어 있기로 유명하다. 김천 도로공사 배구단 및 김천 상무 축구단을 유치한 것도 이러한 인프라에 힘입은 바가 크다. 더불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스포츠로 여가 활동을 즐기는 등 삶의 질을 높였지만 야구만은 예외다. 야구를 하려면 인근 구미나 대구로 가야 한다. 야구에 관한 한 스포츠 도시라는 명성이 무색해진다. 불모지나 다름 없다.


"야구부가 안동과 경북 북부 권역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 되었으면"

예일 고교에서는 올해 11월 즈음 학교 운동장에 인조 잔디와 그물망, 라이트 시설을 학교 운동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교내에 야구장은 없지만 운동장에 인조잔디와 부대 시설을 설치가 되면 지금보다는 양호한 환경에서 훈련이 가능해진다.

박 감독은 "예일 야구부가 안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한편 동문뿐만 아니라 안동과 경북 북부 권역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근 강릉고 야구부 덕분에 강릉은 물론 강원도민 전체가 큰 에너지를 얻고 있는 것처럼 예일 야구부가 존재하기 때문에 안동이 더 활기차고 하나로 똘똘 뭉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내년 연말까지는 팀을 리빌딩하는 과정이라 만족하는 성적을 내기는 힘들겠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배재환 예일 메디텍 교장은 "야구부에 지대한 애착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전국 대회 나가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데 문제 없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야구부 유니폼에 '예일 고교'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안동을 대표해서 출전하는 팀인 만큼 '안동 예일'로 표기를 변경할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안동 예일 야구부가 안동 시민과 경북 북부 도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자 합니다. 시도민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배재환 예일 메디텍 교장. 배 교장은 “안동 예일 야구부가 안동 시민과 경북 북부 도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배재환 예일 메디텍 교장. 배 교장은 “안동 예일 야구부가 안동 시민과 경북 북부 도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예일 메디텍 야구부는 7월6일(화)에 시작한 제76회 청룡기 전국 고교 대회에 출전했다. 7월 12일(월) 호남의 강호 광주일고와 올해 전국 최강 전력이라는 장충고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 첫 경기 상대가 결정된다. 두 팀 모두 최강팀인 만큼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 자명하지만 감독과 팀원들은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는 각오다. 한 야구팬은 "전국대회에서 안동을 대표해 전국의 최강 팀과 겨루어 보는 것 자체가 대단한 사건"이라면서 "안동 전체가 숨 죽이고 경기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3학년 김지성 포수. 중장거리 타자로 넘치는 파워가 매력적인 선수다. 박상은 기자

3학년 김지성 포수. 중장거리 타자로 넘치는 파워가 매력적인 선수다. 박상은 기자


3학년 김태엽 선수. 중견수. 빠른 발과 넓은 수비폭을 자랑한다. 박상은 기자

3학년 김태엽 선수. 중견수. 빠른 발과 넓은 수비폭을 자랑한다. 박상은 기자


3학년 박수빈 선수. 유격수, 4번 타자. 공수주(공격 수비 주루)를 겸비한 선수다. 박상은 기자

3학년 박수빈 선수. 유격수, 4번 타자. 공수주(공격 수비 주루)를 겸비한 선수다. 박상은 기자


2학년 오지우 선수. 우익수.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정확한 타격이 매력이다. 박상은 기자

2학년 오지우 선수. 우익수.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정확한 타격이 매력이다. 박상은 기자


2학년 조정호 선수. 전천후 내야수. 팀내 최고 타율을 자랑한다. 박상은 기자

2학년 조정호 선수. 전천후 내야수. 팀내 최고 타율을 자랑한다. 박상은 기자


1학년 이현우 포수. 외야수, 1루수. 수비 위치를 가리지 않는다. 주루 타격 송구 못하는 게 없다. 박상은 기자

1학년 이현우 포수. 외야수, 1루수. 수비 위치를 가리지 않는다. 주루 타격 송구 못하는 게 없다. 박상은 기자



박상은 기자subutai117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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