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폭행이 극단 선택 주요인 됐을 것"
"도주·증거인멸 우려 없다" 법정구속은 면해
고(故) 김홍영 검사를 상습 폭행한 혐의를 받는 김대현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폭행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주요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6일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던 2016년 3~5월 택시와 회식 자리에서 같은 검찰청 후배인 김 검사를 네 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검사는 그해 5월 업무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33세의 나이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같은 해 8월 해임됐고, 3년이 지난 2019년 11월 대한변호사협회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의 행위가 명백한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폭행의 고의나 폭행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행위 목적이나 정황, 피해자 고통 정도를 종합할 때 폭행죄가 명백하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의 지휘를 받는 2년 차 검사로, 수시로 업무와 관련 없는 일로 질책당하면서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반복적인 폭행은 한계 상황에 처한 피해자에게 정신적 충격을 줬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야기하는 중요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며 김 검사의 사망과 폭행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이날 공판에선 목격자들 증언도 소개됐다. 재판부는 "폭행을 목격한 검사는 피해자가 옆으로 휘청였고 격려나 장난스럽게 치는 게 아니었다고 전했다"며 "피해자 등을 스매싱하듯이 때렸고 피해자는 맞는 순간 '아' 하고 신음소리를 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또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자신들이 맞았으면 문제제기를 했을 것이며, 저렇게까지 맞아야 하나 자괴감이 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검사 유족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가해 부장검사가 형사처벌을 받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라며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근절되지 않고 피해자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검찰과 정부는 가해 부장검사의 처벌 과정과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는 공판을 마친 뒤 실형 선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서둘러 법원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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