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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여성 전용 도서관·주택 "남성 차별"로 판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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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여성 전용 도서관·주택 "남성 차별"로 판단한 이유

입력
2021.07.06 13:30
수정
2021.07.0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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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라디오 인터뷰
제천여성도서관, 안산선부행복주택 판단
"특정 성별 배제하는 정당·합리적 사유 있나"
'인국공 정규직화는 차별' 진정 각하된 것은
"차별 대상·차별로 입은 피해 불분명한 탓"
교육부 '차별 금지 사유서 학력 제외' 요청
"학력은 오래전부터 차별 금지 사유로 인정돼"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천여성도서관 남성 출입 제한은 차별'이라는 판단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제기된 반론 중 일부. 트위터 캡처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천여성도서관 남성 출입 제한은 차별'이라는 판단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제기된 반론 중 일부. 트위터 캡처

차별과 혐오 언어를 연구하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여성전용도서관·행복주택은 성차별'이라는 판단에 대해 "특정 성별에게만 출입권을 주는 이유가 정당하고 합리적인지 여부를 고려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홍 교수는 6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최근 인권위의 잇단 성차별 판단에 대한 해설을 내놓았다.

앞서 인권위가 충북 제천여성도서관과, 여성청년에게만 입주 자격을 한정한 경기 안산시 선부 행복주택 공고에 대해 '남성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놓았다는 사실이 전날 알려졌다.

제천시는 "땅 기부자인 고(故) 김학임 여사의 '제천 여성을 위한 도서관을 지어달라'는 유지를 받들어 도서관을 여성 전용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1층 북카페는 성별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고, 1.5㎞ 이내 다른 시립도서관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부 행복주택에 관해 안산시는 "재건축 전 여성 근로자 임대아파트였기 때문에 지원 자격을 여성으로 한정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가 "추후 입주자 모집 시 성별 구분을 없애겠다"고 밝히자 인권위는 진정을 기각했다.

"특정 성별에게만 출입권 주는 정당하고 합리적 이유 따진 것"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홍 교수는 먼저 인권위의 제천여성도서관 판단에 대해 "특정 성별에게만 출입권을 주는 정당하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권위가 '공공도서관'이라는 특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차별을 조장하고 특정 성별을 배제하는 효과를 가져오거나, 그럴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민간 운영 시설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인권위의 판단 이후 '기증자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 '여성전용으로 지어진 것은 소외된 여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반발도 거셌다.

하지만 홍 교수는 "기증자의 뜻을 기리는 것은 중요하지만, 인권위는 남성을 못 들어오게 해야 기릴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해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 선부 행복주택도 "예전 건물이 여성 임대 주택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여성에게만 입주권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차별 대상이 남성이냐, 여성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것이 차별에 해당하는가를 본 것인가'라고 정리하자, 홍 교수도 "그렇다"고 답했다.

'인국공 사태' 판단 기준: ① 비교 대상 ② 구체적인 피해

인천공항공사 직원들과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이 지난해 8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에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졸속'이라고 비판하며 촛불 대신 스마트폰의 불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인천공항공사 직원들과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이 지난해 8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에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졸속'이라고 비판하며 촛불 대신 스마트폰의 불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전날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일명 '인국공 사태')은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인권위의 판단은 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도 나왔다. (▶관련기사)

홍 교수는 "차별이 되려면 비교대상이 있어야 한다"며 "이 경우에는 진정인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2017년 5월 이전에 입사한 비정규직과 이후 입사한 비정규직', '비정규직과 취업 준비생(취준생)들' 사이의 차별이 있다고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그러나 그 차별로 인해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가 불분명하고, 취준생은 구체적으로 특정될 수 없는 집단"이라며 "특정 집단이 다소 이득을 얻은 것 같은 부분은 있으나 다른 집단이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라서 인권위가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각하를 했고 법원이 그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정책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옳았냐 글렀냐는 논쟁은 가능하지만, 차별이라는 프리즘에 넣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들의 직접고용 요구에 대해 노조가 '공정성 위배'라고 반발하며 제2의 인국공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홍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인국공과 마찬가지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력은 오래전부터 차별 금지 사유로 인정돼"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제9차 목요행동 '지금 당장'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원들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제9차 목요행동 '지금 당장'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원들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홍 교수는 그러나 교육부가 '차별금지법의 차별 금지 사유 중 학력을 빼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서는 "학력은 오래전부터 차별 금지 사유로 인정돼 왔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2000년에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도 학력을 차별금지 사유에 넣고 있고, 학생인권조례에도 규정돼 있다. 또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학력차별 금지법은 여러 차례 발의되기도 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홍 교수는 "학력을 구성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도 있지만, 보호자의 도움, 가정 환경, 교육 환경 등 여러 영향이 미친다"며 학력으로 이익·불이익을 가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채용 과정에서도 학력 외에 시험, 면접 등을 통해 실력을 판단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며 "학력은 편의적인 기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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