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캐디’라는 분들이 돈 벌기 위한 목적으로만 대회에 온다는 것에 화가 나 ‘노캐디’를 한 것도 있다."
김해림은 지난 4일 강원 평창 버치힐 골프클럽(파72)에서 치러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 모나파크 오픈(총상금 8억원)' 우승 인터뷰에서 전문 캐디들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
이번 대회는 산악 코스에서 치러졌지만 김해림은 1라운드에서 캐디 없이 직접 카트를 끌거나 밀며 대회를 치렀다. 그럼에도 1라운드에서 7언더파 단독 선두로 질주했다.
캐디는 라운드에서 선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골프규칙 8조). 볼 닦아주기, 백 운반하기, 라인 봐주기 등 경기에 필요한 기본업무를 포함해 샷과 코스 매니지먼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수와 함께 전략을 짠다. 또 심리적인 측면에서 선수에게 자신감을 주거나 상승세를 탈 때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캐디 몫이다.
그렇다보니 캐디가 우승에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경우도 적지 않다. 2011년 10월 인천 스카이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 마지막날 청야니(대만)는 13번홀(파5)에서 14번홀 페어웨이로 티샷을 보낸 후 투온에 성공한 ‘깜짝 플레이’로 승기를 잡았다. 이는 그의 캐디가 사전 코스 답사를 통해 13번홀과 14번홀 사이에 아웃오브바운스(OB)구역이 설정돼 있지 않았다는 것을 파악한 후 조언한 덕택이었다. 캐디가 경기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일화로 유명하다.
한국과 미국, 일본 무대에서 60차례나 우승한 신지애는 “유능한 캐디는 치밀한 전략을 짤 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 선수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멘털 코치 역할까지 수행한다”고 캐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전문 캐디들이 높은 비용에 비해 선수를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는 것이 김해림이 날 선 반응을 보인 이유다.
3~4일간 이어지는 대회를 뛰면 '초보 캐디'는 주급 100만원 안팎을 받지만 ‘챔피언 캐디’ 등의 꼬리표가 붙어 인기가 올라가면 150만원까지 몸값이 뛴다. 최정상급 캐디는 이보다 더 올라간다. 성적에 따라 받는 인센티브는 별도다. 우승 시 상금의 10%, 톱10 입상 시 상금의 7~8%를 받는 게 최근 ‘시세’다. 시즌 상반기나 하반기, 대회 수로 계약할 경우 인센티브제가 있기도 하다.
프로 선수가 대회에 나가려면 대회 출전비를 내야 하고, 연습라운드는 별도의 그린피도 부담해야 한다. 지방의 경우 교통비와 숙박비도 든다. 컷탈락을 한다면 캐디피를 제외하고도 100만원 이상 적자다.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친 선수는 한 시즌 동안 자신이 번 상금보다 캐디피로 나간 돈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렇다보니 캐디의 수준과 비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올해로 5년 넘게 투어를 뛰고 있는 한 선수의 아버지는 “대회 코스가 그려진 야디지북에 적을 공간이 없을 만큼 빽빽하게 체크를 해두는 캐디가 있는 반면 깨끗한 상태의 캐디도 있다. 선수를 돕기 위한 사전 고민이나 노력 없이 그냥 그때그때 대응하는 것"이라며 “나태해진 전문 캐디들을 향한 김해림 선수의 비판에 시원해하는 선수와 가족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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