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200명의 피해자와 5,500억 원대 금전적 손실을 낸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사태’와 관련, 감사원이 피해를 키운 배경에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부실한 감시ㆍ감독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자본시장 감시가 책무인 금감원이 제 역할만 했어도 사태 확산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간 다른 금융기관에만 사태 책임을 떠넘겨온 금감원의 졸속 행정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감사원은 5일 옵티머스 사태 등 사모펀드 관련 감시 현황을 점검한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의 부실 감독 행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금감원은 옵티머스의 위법ㆍ부당 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 없이 넘어갔다. 금감원은 옵티머스가 2017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3년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보고할 때, 일반 회사채에도 투자 가능한 집합투자규약을 첨부한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덕분에 옵티머스는 투자 손실위험이 거의 없는 5등급으로 분류될 수 있었다. 또 2017년 옵티머스 자본금이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적발했지만, 적기시정조치(부실 금융기관 대상 경영개선 조치) 유예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옵티머스가 투자제안서와 다르게 사모사채를 매입하는 등 부당 운용한다는 점을 알아채고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이듬해 국회 질의 과정에서 이런 내용이 지적됐으나 금감원은 옵티머스 측 설명만 듣고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2019년엔 옵티머스가 특정기업을 인수했다는 구체적 민원에 대해 검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조사 없이 종결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업체가 펀드자금 400억여 원을 대표이사 개인 증권계좌로 이체하고, 사모펀드 신규 자금으로 기존 사모펀드를 환매하는, 이른바 ‘돌려막기’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현장 검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펀드 투자자산을 확인해야 할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과 펀드 관리를 담당하는 IBK기업은행 역시 업무에 태만하긴 마찬가지였다. 예탁원은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업체 요구를 받아들여 자산명세서에 공공기관 채권을 매입한 것으로 허위기재했다. IBK기업은행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만 투자하게 돼 있는 규약을 어기고 옵티머스 지시대로 사모채권을 매입했다. 결과적으로 자산명세서에는 옵티머스가 공공기관에 제대로 투자한 것처럼 적시돼 투자자들은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피해를 내고 환매중단 사태로까지 이어진 배경에 옵티머스의 사기 행각과 이 같은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이 얽히고설켜 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도덕적 해이’가 분명했지만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에만 손실 책임을 물었다. 금감원은 해당 펀드를 보유한 금융사들에 원금 전액 반환을 권고했고,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자체 징계는 전혀 없었다. 이에 감사원은 옵티머스 검사 업무를 맡았던 금감원 실무자 2명과 자산명세서를 허위 기재한 예탁원 직원 1명은 정직 처분을, 민원조사 업무 관련자 2명에 대해선 경징계 이상을 각각 요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기 및 횡령 혐의 등 다수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비위 행위를 확인하고도 수사기관 고발 등 제때 조치하지 않아 추가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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