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로 변신 김명곤, 7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왜놈 노래, 양놈 노래가 판소리에 당하기나 하냐?'
영화 '서편제'(1993)에서 주인공 유봉은 우리 소리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소리꾼이다. 당시 유봉 역을 맡았던 배우 김명곤은 온몸으로 한(恨)의 정서를 연기하며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런 김명곤이 지금은 '양놈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는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성악 콘서트 '지중해의 사랑'에서 테너로 무대에 선다. 오페라 '토스카' 아리아 중 '별은 빛나건만'과 쿠르티스의 '나를 잊지 말아요' 등을 부르는데, 공연 주제에 걸맞게 이탈리아, 스페인 지방의 곡들이다.
서울대(독어교육학 전공) 재학 시절부터 수십 년간 판소리를 배운 김명곤은 비전공자임에도 국악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성악일까. 5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명곤은 "사실 어릴 적부터 오페라 아리아와 독일 가곡을 좋아했다"면서 "전문 성악가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명곤은 2016년 바리톤 이지노 성악가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원로 성악가 박인수 교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김명곤은 "'한국 성악가는 민요와 판소리를 세계에 알리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박 선생님의 철학에 공감한다"면서 "실제로도 성악곡들은 각국 민요로 만들어진 작품이 많아서 국악과 성악이 충분히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명곤은 2019년 동양예술극장 신년음악회에서 성악가로서 데뷔 무대를 치른 뒤 꾸준히 크고 작은 무대에서 민요풍 가곡을 부르고 있다.
예술 장르별 칸막이가 무너진 현실도 김명곤의 변신과 관계가 있다. 김명곤은 "예전에는 성악가가 대중가요를 부르는 일이 금기시됐지만 지금은 트로트와 뮤지컬 공연을 하는 사례가 특별하지 않다"며 "'진도 아리랑' 불렀다고 '오 솔레 미오'를 소화할 수 없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악이든 국악이든 결국은 노래하는 예술 속 행위들이고, 다른 영역들을 공부하면서 발성법과 음악세계가 확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관광부 장관을 거쳐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지난해 6월부터 서울 마포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있었던 김명곤은 최근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왔다. 성악을 비롯해 예술 활동을 늘리기 위해서다. 당장 9월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창극 '흥보전'의 작ㆍ연출을 맡았다. 김명곤은 "연극, 영화 활동을 할 때도 노래 부르는 배역을 좋아했다"며 "앞으로도 음악과 함께하는 작품 작업을 늘려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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