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미연합훈련 축소 실시 잠정 합의
美, '전작권 전환' 축소 이유로 처음 제시
8월 실시 예정인 하반기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연합훈련)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2단계 과정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이 불발될 전망이다. 양국이 연합훈련 축소 실시에 잠정 합의했기 때문인데,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인 미국의 입김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임기 내(2022년 5월) 전작권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달성하기는커녕, 2단계 검증 작업조차 현 정부에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원이 축소된 규모로 하반기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 중”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뿐 아니라 전작권 전환 문제도 주요 변수가 됐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연합훈련이 4차례나 연기ㆍ축소된 데는 북한의 반발과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전작권 전환이 연합훈련 축소 이유로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미온적으로 나오면서 훈련 주요 목적인 FOC 검증도 불가능해졌다. 이 당국자는 “이번에도 FOC 검증은 정상적으로 하기 힘들 것”이라며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속도를 내줄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과 미군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감염병 변수’가 사라졌는데도 미국이 연합훈련 축소 실시를 고집한 배경엔 전작권 전환을 바라지 않는 의중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한미연합훈련은 한국군이 미래연합사령부(전환된 전작권을 행사하는 기구)를 지휘할 능력을 시험ㆍ검증하는 기회다. 검증은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FOC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으로 나뉜다. IOC 검증은 2019년 8월 하반기 훈련에서 마쳤지만, FOC 검증은 코로나19 등의 변수로 지금껏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전작권 전환 검증은 겉으론 한미가 함께 수행하지만, 사실상 미군이 주도한다. 2014년 양국이 합의한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3개 조건 중 하나가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이어서 한국군은 수험생, 이를 평가하는 미군은 채점자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훈련이 정상 실시되지 않으면 검증도 힘들다. 미군이 “한국군의 능력을 100% 검증할 수준의 훈련 규모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대며 검증을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는 탓이다.
더구나 전작권 전환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임 미 행정부와는 달리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해야 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작권을 한국으로 넘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군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 검증을 위해선 미국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미국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이 추세라면 내년 3월 예정된 상반기 훈련에서도 FOC 검증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속한 전작권 전환을 바라는 우리 정부로선 속이 탈 일이다. 일각에선 남북관계 개선을 이유로 연합훈련 실시에 소극적이었던 문재인 정부의 자충수라는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올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남북대화 재개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제시하자 “필요하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직접 주재한 ‘전작권 전환 추진 평가회의’에서 “전작권 전환은 책임 국방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과업”이라며 “주한미군 주요 직위자들과 다양한 협의를 통해 전환 가속화에 노력해달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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