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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최재형이 쏘아 올린 '오발탄'

입력
2021.07.05 18:00
수정
2021.07.06 11: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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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새 대통령, 검찰총장·감사원장 충복 고를 것
이들도 수사ㆍ감사 하나하나에 정치적 고려
文 정부 책임 크나, 정치 직행 정당화 안돼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대학교 공과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대학교 공과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내년 5월에 취임하는 20대 대통령은 내각을 새롭게 꾸리면서도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은 임명하지 못한다. 현 김오수 검찰총장은 2023년 5월까지가 임기이며, 최재형 후임 감사원장은 임기 4년이 보장돼 새 정부 중반까지 재직할 수 있다.

야권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문재인 정부의 비리 수사를 다시 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검찰’은 이때를 대비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에 문 대통령 이름을 수십 차례 적어놨고, 월성 원전 수사 기록에는 “(월성 1호기) 언제 폐쇄하느냐”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숨겨 놓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 총장이 덮어둔 수사 파일을 다시 펼치려 할지는 의문이다. 끝까지 버티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중도 사퇴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의 길을 밟을 수 있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새 대통령에게는 철칙이 생겼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검찰총장은 자기 사람을 심어야 한다는 인사 원칙이다. 이른바 ‘윤석열 학습 효과’다. 학연, 지연, 이념 등 가능한 모든 검증 수단을 동원해 절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찾아내는 게 과제다. 충성심만 확실하다면 능력이나 자질, 서열은 상관이 없다.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엄중 수사하라”며 제 발등을 찍는 말도 금물이다.

코드가 완벽하게 맞는 검찰총장을 앉혔으면 다음 수순은 간부들의 대폭 물갈이다. 현 정권에서 검찰 간부 90% 이상을 교체하는 인사도 했으니 그 이상도 못 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완벽한 ‘정권 방탄’ 검찰을 구축해야 비로소 두 발 뻗고 잠잘 수 있을 것이다.

검찰 견제 세력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바람 앞에 선 촛불 신세다. 태생부터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터라 야당 대통령은 어떻게든 위상을 낮추고, 가능하면 뿌리를 내리기 전에 없애려 할지도 모른다. 새 정권 출범 후 8개월 남은 김진욱 처장의 임기가 끝까지 지켜질지도 회의적이다. 분명한 건 여야 대통령 가릴 것 없이 공수처를 권력에 대들지 않는 충직한 조직으로 길들이려 할 거라는 사실이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도 ‘최재형 학습 효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가 임명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보장해 4년을 채웠던 황찬현 감사원장의 사례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실정을 파헤칠 감사를 맡기려면 어떻게든 내 편을 감사원장으로 앉혀야 한다. 월성 원전 감사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감사원의 중립성, 독립성은 나중 문제다.

앞으로의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은 이전의 장들과는 업무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수사와 감사 하나하나를 정치적 영향과 관련지어 판단할 것이다. 전임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정치로 직행했는지를 지켜본 터다. 조직 구성원들은 총장과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적 프리즘을 들이대고, 국민들도 이들을 색안경을 끼고 지켜볼 것이다.

윤석열, 최재형 두 사람을 대선 주자로 내몬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을 맡을 때만 해도 이들에겐 ‘정치’나 ‘대선’이라는 단어는 들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헌법 법치 공정 정의’를 곱씹게 만든 건 현 정권의 위선과 오만이다.

그렇다고 헌법기관장으로 있다 정치판으로 직행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들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검찰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은 빛을 잃었다. 그들이 진정 이를 지키려 했다면 자신들이 당한 핍박을 대의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오늘 내가 걷는 이 발자국은 반드시 뒤따르는 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는 시구가 있다. 윤석열, 최재형은 공직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와 절제를 무너뜨린 이들로 기억될 것이다.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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