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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이 달로 가는 이유는

입력
2021.07.05 16:00
수정
2021.07.05 16:0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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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 현안과 외교·안보 이슈를 조명합니다. 옮겨 적기보다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본 세계를 전합니다.

미국 NASA 아르테미스 계획.

미국 NASA 아르테미스 계획.

우주는 패권국의 독무대였다. 달은 특히 이념과 정치, 경제 체제가 경쟁하는 공간이었다. 1957년 미국이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해 달 정복에 나선 건 대표적이다. 냉전 해체로 우주경쟁은 시들해졌지만 새로운 탐사와 기술 발전으로 경제논리가 개진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우주선을 제작 발사 운영할 능력을 갖춘 나라는 현재 11개. 자체 위성을 보유하고 우주산업에 뛰어든 곳도 50개국이 넘는다. 이들이 가장 주목하는 달은 국가, 민간 업체의 경쟁지로 바뀌고 있다. 미국 러시아 말고도 중국 일본 인도 터키 아랍에미리트가 달 탐사에 도전장을 던졌다. 우리나라는 2022년 탐사선을 보낼 예정이다. 누구보다 지구에서 경쟁 중인 미중은 달을 놓고도 우주냉전을 예고하고 있다.

달이 전 세계를 유인하는 배경은 우주 탐험을 위한 기지 건설과, 헬륨3 등 자원 확보, 과학적 탐구욕이다. 최근 극지에서 발견된 얼음 형태의 물은 우주 탐사의 전진기지로서 달의 가치를 한층 높였다. 달 표면에서 발견된 길이 50km를 비롯한 약 230개의 용암동굴은 안전한 거주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이 초점을 두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적 가치다. 달에는 희토류 등 전략자원과 함께 헬륨3가 풍부하다. 미 외교·안보 매체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인류는 어쩌면 역사상 최대의 채굴 러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가 가장 관심을 두는 달의 자원은 헬륨3다. 지구에는 거의 없는 헬륨3는 화석연료와 기존 원자력까지 대체할 꿈의 에너지다. 핵융합 때 1g의 헬륨3가 방출하는 에너지가 석탄 40톤에 달하지만 방사성물질은 배출하지 않는다. 달의 표토에서 확인된 110만 톤의 헬륨3를 채굴해 지구로 가져온다면 인류는 수세기 동안 사용할 깨끗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미국은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지만 헬륨3 등 자원의 안전한 확보를 위한 법적 조치까지 서두르고 있다. 물론 1967년 제정된 우주법은 달과 천체의 인류를 위한 평화적 사용을 규정하고 있다. 특정 국가의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달 자원의 채취는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아, 달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 작년 3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미국의 우주자원 이용 권리를 주장한 행정명령에 서명, 우주 식민지화를 위한 장애를 걷어냈다.

트럼프는 두 달 뒤에는 합법적인 달 채굴을 위한 아르테미스 협정을 제안해 동맹국과 민간기업의 달 탐사 참여를 유도했다. 작년 10월 일본 영국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 등 8개국이 가입했고 이후 우크라이나, 한국, 뉴질랜드, 브라질까지 12개국이 참여 중이다. 이 협정은 우주를 인류 재산으로 간주하는 ‘글로벌 커먼즈’가 아니라 ‘합법적이고 물리적으로 특별한 인류 활동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민간 부문에서도 달 개발은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기업 US뉴클리어와 솔라시스템리소스는 2028~2032년에 500kg의 헬륨3를 공급하는 약정을 맺었다. 제2의 서부개척 시대가 우주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자극한 것은 중국의 달 탐사 창어(嫦娥) 프로젝트였다. 2년 전 창어 4호는 광물 채굴과 개발을 파악하기 위해 역사상 처음 달 뒷면에 착륙했다. 작년 12월에는 창어 5호가 달에서 표토와 2m 깊이의 암반까지 2kg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했다. 중국은 지금과 달리 창어 프로젝트 초기에는 헬륨3의 확보 목적을 숨기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어우양쯔위안은 2002년 인민일보에 달 기지의 구축은 풍부한 자원 이용을 위한 것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달은 인류 에너지와 자원의 새로운 공급원이며 누구든 달의 첫 정복자가 첫 수혜자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맞대응을 위해 러시아와 손잡고 있다. 지난달 중국국가항청국(CNSA)과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국제달연구기지(ILRS) 공동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달 궤도와 달 기지에 우주정거장을 공동 건설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중의 달 기지 구축을 위한 아르테미스와 창어 프로젝트의 공통점이 달의 남극을 겨냥한다는 것이다. 남극에는 양지와 음지가 교차해 거주하기 적합한데다 자원과 얼음 형태의 물이 집중된 때문이다. 우주 전문가들은 남극 개발 경쟁이 심각해지면 미중의 우주 사고, 우주 분쟁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도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주도의 우주 탐사와 이용을 위한 국제협력 원칙을 규정한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협정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주도의 우주 탐사와 이용을 위한 국제협력 원칙을 규정한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협정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의 1차 달 경쟁은 달 궤도 우주정거장과 달 기지의 구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중국의 계획은 순조로운 편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 화성에 착륙선을 안착시킨 데 이어 2022년 우주정거장 텐허(天和)를 구축한다. 텐허는 미국 주도의 우주정거장(ISS)이 수명을 다하면 향후 20년간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된다. 2035년에는 달 구조물 설치를 위해 필요한 3D 프린팅 우주실험을 하고 이듬해에 달 남극에 기지를 세운다는 목표다.

사실 요즘 우주 관련 뉴스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더 쏟아진다.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로켓을 발사했고 위성 요격무기에서 달의 표토 채집까지 획기적인 기술을 보여줬다. 지난달 화성탐사선의 안착은 미국의 50년 우주 성과를 20년 만에 거의 따라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탐사로봇 로버를 화성에 보내 탐사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이다.

중국이 이처럼 우주 굴기(?起)에 나선 직접적 배경은 미국이 ISS 참여, 항공우주국(NASA) 협력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독자 우주 개발에 나선 중국의 지금 분위기는 1960년대 미국이 소련을 따라잡던 시기와 유사하다. 중국의 SF소설가 류츠신은 현재 중국은 미국의 SF 황금기와 같다며, 과학과 기술의 경이로 가득 찬 시대에 비유했다.

중국의 질주에 놀란 서방의 우주 전문가들은 중국은 수십 년 앞을 생각하는데 미국은 대통령 임기만 생각한다고 비판한다. 미국은 부시 정부 시절 콘스털레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달을 거쳐 화성에 인류를 보내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금융위기 직후 오바마 정부는 이를 포기하고 발사체 개발 등을 민간으로 돌렸다. 다행히 민간의 발사체 개발은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은 무려 100톤의 화물을 적재 가능해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뒤늦게 미국은 2024년까지 달에 비행사를 보내고 2028년부터 달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에 상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중국 추격을 위해 계획을 앞당기고 있으나 의구심이 없지는 않다. 의회가 올해 NASA 예산에서 착륙선 개발비를 25%만 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미래학자 기울리오 프리스코는 “미국이 탐사를 주도하지 않는다면 달은 ‘레드문’이 된다”며 "중국이 달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나라들은 아직은 기술과 자본에서 밀려 미중 우주경쟁의 구경꾼 처지다. CRS 보고서도 “우주에서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적, 법적 기초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중은 물론 인류의 혜택이란 명분을 내걸고 우주로 나아가고는 있다. 하지만 그 뒤에 애국주의와 우주 강국이란 패권주의가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주분석가 남라타 고스와미는 중국의 전략적 구상에서 달은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도서와 같다고 했다. 그 자원의 소유가 중국 우주능력의 과시인 동시에 우주에서의 중국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미중 경쟁은 이미 우주를 전장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군사적 압도가 우주 공간을 활용한데 있다고 판단한 중국은 위성자산을 위협으로 지목했다. 중국이 위성 요격 실험을 시작한 것은 이라크 전쟁 2년 뒤인 2005년이다. 동시에 해킹으로 위성을 통제하는 실험에도 2008년 성공했다. 이처럼 중국이 킬러위성, 위성무력화 레이저무기, 위성해킹 능력을 갖추자 미국은 2019년 우주군 창설로 대응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우주가 이미 강대국 경쟁의 장이 됐고, 중국은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우주 공격에 대한 공동 대응이 처음 포함된 것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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