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1960~2008년 인도 혼인 4만 건 조사
결혼할 때 신랑은 7만 원, 신부는 48만 원 각각 건네
신부 순결혼지참금, 연평균 가계소득의 14% 달해
인도에서 최근 수십 년간 신부 쪽이 신랑 측에 평균적으로 7배나 많은 ‘결혼지참금’을 건네 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결혼지참금이란 혼인 시 상대방에 지급하는 돈을 뜻하는데, 인도 정부가 1961년 공식 폐지했음에도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남아 있는 악습 중 하나다. 인도 여성 인권 보호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세계은행(WB)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1960년부터 2008년까지 인도 17개 주에서 이뤄진 결혼 4만 건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랑이 신부에게 제공한 평균 결혼지참금은 5,000루피(약 7만 원)였던 반면, 신부가 신랑한테 지급한 돈은 평균 3만2,000루피(약 48만 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인구 인도의 96%가 거주 중이고, 지참금 관행이 뿌리 깊이 남아 있는 17개 주에서 실시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인도 사회 전반에 걸쳐 혼인 서약을 맺는 순간, 신부가 신랑에게 7배에 가까운 돈을 건네는 심각한 불균형이 수십 년째 이어져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부의 지참금에서 신랑의 지참금을 뺀 ‘순(純)결혼지참금‘도 2만7,000루피(약 41만 원)에 달했다. WB는 보고서에서 “결혼지참금 제도 폐지 이후에도, 50년 가까이 양측의 지참금 액수가 일정하게 유지돼 왔다”고 지적했다.
여성 측이 실제 느끼는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부의 순결혼지참금 액수는 연평균 가계 소득의 14% 정도였다. 보고서는 “(조사 대상이 된) 해당 지역에서 평균적으로 가구 소득이 증가하면서 비율이 줄어들긴 했지만, 가구별 소득 편차가 큰 데다 높은 여성 실업률 등을 감안할 때 지참금에 대한 부담이 컸다”며 “조사 대상의 95%가 지참금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지난 1961년 ‘결혼지참금 금지법’을 제정한 데 이어, 1984년엔 관련 처벌 조항 등도 강화했다. 하지만 지참금 제도는 여전히 잔존해 있고, 그로 인해 여성에 가해지는 차별 및 폭력 등의 폐해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인도 경찰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지참금 관련 사망 건수는 66건으로 집계됐다. 관련 분쟁 건수도 1만5,000건을 넘어섰다. 여성인권단체들은 “지참금 제도가 폐지됐지만 법을 어겨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현행법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정부의 적극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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