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차별 없이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든 시민들, 품격이 느껴집니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인류애 샘솟는, '특수학교 신설' 소식을 접한 청주시민 반응'이란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4일 오후까지 5만1,900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해당 영상에는 청주시민을 향한 칭찬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충북 청주가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건립 과정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심 한 복판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면서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최소화했을뿐 아니라, 이후 지역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를 통해 긍정적 여론까지 조성되고 있어서다. '님비'(Not In My Backyard·혐오시설을 반대하는 지역 이기주의) 현상 극복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충북도교육청과 청주시에 따르면, 이달 중 청원구 율량동 택지개발지구에 '청주 특수학교'(가칭) 건립을 위한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다. 9,400㎡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27개 학급이 들어설 예정이다. 2023년 3월 개교하면, 유치원과 초등과정에 있는 장애 학생 156명이 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특수학교 부지는 청주우체국과 동청주세무서 사이의 율량지구에 있다. 수천 가구의 아파트 단지와 충북 유일의 5성급 특급호텔이 인접해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난 요지다. 보통 주민들의 반대에 밀려 특수학교 부지가 외곽으로 밀려나는 일부 다른 지역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청주 특수학교는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지 택지개발지구에 건립돼 교육 취약층인 장애 학생들의 학습 여건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학교 설립 계획이 처음 알려진 2019년 7월에는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았다. 부지 인근 학교 학부모들은 충북교육청 홈페이지에 반대의 글을 올렸고, 인근의 대규모 아파트 일부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 저지 비상대책위를 꾸리기까지 했을 정도다. 하지만 곧장 관계기관과 지역사회의 설득 작업이 시작됐다. 도교육청은 관련 기관·단체와 팀을 구성해 아파트 단지별로 대화에 나섰다. 신설 특수학교가 기존 상당구 금천동에 있는 특수학교인 혜원학교 과밀 해소를 위해, 그리고 장애아동 전문교육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는 점을 호소했다.
도교육청을 중심으로 한 끈질긴 설득에 인근 주민들의 마음도 열리기 시작했다. 설립 계획이 알려진 지 불과 5개월 만인 2019년 12월 주민설명회 개최가 가능했을 정도다. 이후 설립 절차는 일사천리로 추진됐고, 계획이 처음 알려진 지 2년 만에 첫 삽을 뜨게 된 것이다. 충북도의회 교육위 소속 임동현 도의원은 "특수학교를 큰 논란 없이 설립하게 된 밑거름은 주민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라며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준 지역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청주 지역의 아파트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특수학교 건립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만들어진 것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23일 11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해당 카페 게시판에 '청주 율량지구에 특수학교 신설 첫 삽'이란 제목의 기사 내용이 게시됐다. 이후 게시글에는 '정말 행복한 소식' '꼭 필요한 시설'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 등 대부분 이를 반기는 댓글이 이어졌다. 장애 아동을 둔 부모라고 밝힌 한 글쓴이도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여기 계신 분들의 답글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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