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日기업 손실"
거액 피해에도 "달라질 기미 없다" 일갈
일본 정부가 2년 전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은 ‘어리석은 계책의 극치’였다는 현지 언론 평가가 나왔다. 당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보복’을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는데, 오히려 실질적 피해는 고스란히 일본 기업한테 돌아오며 역풍을 맞았다는 의미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일 ‘3년째 우책(愚策)의 극치’라는 제목의 기명 사설에서 “일본 정부가 2년 전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은 문제투성이의 악수였다”고 혹평했다. 해당 글은 하코다 데쓰야(箱田哲也) 논설위원이 작성했다.
신문은 당시 아베 정권의 수출규제 도입 배경을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한 한국(법원)의 징용공(일제 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판결에 아무런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도 정색하고 역사 문제와는 무관한 무역관리의 문제라며 일본 정부 주장을 대변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9년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자국 기업이 감광액(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기습 발표했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의 핵심 소재 수출을 막아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취지였지만, 당시 일본 실무자들은 자국 기업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걱정했다. 실제 2년이 지난 현재, 대(對)한국 수출량 급감으로 이런 우려의 절반가량은 현실화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사설은 “정부의 지원대책으로 국산화를 진행해 (한국 기업의) 실제 손해는 없다”는 한국 기업 담당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해당 기업은 수출규제 강화 이후 일본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일본의 보복 조치 이후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 소재 확보를 위해 ‘탈(脫)일본’ 움직임을 보였고, 결론적으로 피해도 크지 않은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앞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 2년 성과’를 발표하며 “100대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가 최근 2년 사이 31.4%에서 24.9%로 줄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사히는 “해결이 끝난 과거사 문제로 일본 기업이 손해를 볼 이유는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재판에서 확정된 (징용 판결) 배상금과는 비교가 안 되는 거액의 손실을, (강제징용 문제와는) 전혀 관계도 없는 일본 기업이 보게 할 이유는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수출 규제 이후) 어떤 것도 달라질 기미가 없다”며 “어리석은 계책의 극치는 오늘부터 3년째로 접어든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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