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게 살기'란 주장을 편 유명 건축가 이일훈씨가 폐암 투병 끝에 지난 2일 별세했다. 향년 67세.
이씨는 자연친화적 건축인 '채나눔'을 꾸준히 펼쳐왔다. 아파트나 주상복합처럼 한 공간에 모든 공간이 모인 집은 편리하지만 건강하지 않아 최대한 자연과 만날 기회를 주고, 일상의 의미를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이씨는 1978년 한양대 건축과를 졸업한 뒤 1984년 건축잡지 '꾸밈'에서 평론가로 등단했다. 김중업(1922∼1988) 건축연구소 디자인팀장을 거쳐, 1998년 인천 동구 만석동 달동네에 저예산으로 만든 지상 3층 '기찻길 옆 공부방'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흔적은 곳곳에 숨쉬고 있다. 이씨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마당을 둘러싼 회랑을 활용한 '밝맑도서관', 경기 가평군에 재활용 포장으로 울퉁불퉁한 땅바닥과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분자로'를 넣은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등을 설계했다.
경기대 건축전문대학 대우교수를 지낸 이씨는 작가로도 유명했다. 환경산문집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2011·사문난적)를 비롯해 '뒷산이 하하하'(2011·하늘아래), '모형 속을 걷다'(2005·솔), 건축백서 '불편을 위하여'(2008·키와채) 등을 냈다. 건축주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경기도 남양주에 지은 '잔서완석루'의 경험을 책으로 엮은 '제가 살고 싶은 집은'(2012·서해문집)이 큰 사랑을 받았다.
빈소는 고려대 구로병원 장례식장 203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5일 오전 4시 30분. 02-857-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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