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자였다가 공범으로 기소
"범행 주도하지 않았다" 주장하지만
"단순 투자 아닌 동업관계" 반박 나와
재판부 누구 말 더 믿어주느냐가 관건
"비슷한 패턴 사건 반복돼 의심 키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75)씨가 지난 2일 불법 요양병원 개설 및 운영 혐의로 법정구속되면서, 재판 중인 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이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최씨는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에게 또 한 번의 정치적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은 8년 전에 발생했다. 최씨가 2013년 1월 동업자 안모(59)씨로부터 "되팔면 고수익이 발생하는 부동산 정보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직원을 통해 얻어오겠다. (그러자면) 자금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들은 게 발단이었다. 같은 해 4~10월 최씨의 지인 김모(44)씨는 안씨와 최씨 부탁을 받고 350억 원 상당을 S저축은행에 넣어둔 것처럼 통장 잔고증명서 4장을 위조했다. 최씨와 안씨, 김씨가 사문서위조 혐의로 재판 중인 문제의 잔고증명서다.
그러나 '캠코를 통해 부동산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는 안씨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안씨 말을 듣고 경기 성남시 땅과 가평군 요양병원 등을 사들이는 데 수십억 원을 투자했던 최씨는 2015년 안씨를 고소했고, 안씨는 2017년 대법원에서 사기죄 등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최씨의 범죄 연루 정황은 안씨의 수사와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안씨는 "최씨와는 (단순 투자가 아닌) 동업 관계였다"며 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사실을 강조했고,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안씨의 일부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잠잠했던 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다가, 이듬해 9월 최씨와 별개 사건으로 분쟁 중인 인물이 법무부에 진정서를 내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결국 지난해 3월 최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해 현재 의정부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씨는 안씨와 함께 성남시 땅 계약금을 떼이자 계약금 반환 소송을 내면서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씨의 사문서위조 혐의는 최씨도 위조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쟁점은 위조 여부보다는 최씨의 가담 정도와 경위가 될 전망이다. 최씨는 그간 "안씨의 집요한 부탁을 들어줬을 뿐이고 잔고증명서를 범행에 이용한 건 안씨"라고 주장했다. 반면 안씨는 "오히려 최씨가 마음대로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오래 전 발생한 사건이고 재판 과정에서도 이해 당사자들 증언이 엇갈리고 있어, 재판부가 누구 말을 더 신뢰할지에 따라 최씨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2015년 수사에서 안씨만 처벌받은 것을 두고 '검사 사위'의 존재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가 좌천된 상태였고, 사적 분쟁 성격이 강한 사건임에도 최씨를 향한 고소·고발이 없었다는 점에서 외부 개입은 없었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윤 전 총장도 2018년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피해를 본 사람이 있으면 고소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불법 요양병원 사건에 이어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각종 사건에 최씨의 연루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어 최씨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씨가 관련된 사건 대부분이 '돈만 냈고 잘 몰랐다'고 주장하면 입증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비슷한 패턴으로 사건이 반복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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