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0억원 규모 투기 스캔들 2년 수사 끝에
안젤로 베추 추기경 등 '횡령·위증교사' 혐의
추기경의 바티칸 형사 법원 재판은 처음
신자들이 낸 헌금을 사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혐의로 추기경직을 박탈당한 안젤로 베추(73) 추기경이 바티칸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 돈으로 4,700억 원 규모의 '런던 부동산 스캔들'에 연루된 다른 개인 5명과 기업 4곳도 함께 기소됐다.
교황청 공보실은 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2년간의 조사 끝에 베추 추기경 등에 대한 공판기일이 오는 27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황청 국무원이 신자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베드로 성금을 부당하게 집행하면서 영국 런던의 고급부동산 등에 투자했다는 의혹에 깊숙이 연루됐다. 국무원은 교황청 자금관리와 재무활동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국무원은 지난 2013년 이탈리아 사업가 라파엘레 민초네가 운영하는 펀드를 통해 런던 첼시 지역 고급부동산 지분 절반 등에 2억 유로(약 2,687억 원) 투자를 결정했다. 2018년까지 1억8,000만 유로(약 2,418억 원)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국무원은 오히려 추가 투자를 했다. 결국 2018년까지 총 투자액이 3억5,000만 유로(약 4,702억 원)에 달했고, 상당한 손실로 이어졌다.
이 부동산 스캔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령에 따라 2019년 7월 조사가 시작되면서 알려졌다. 런던 건물의 인수 비용을 재융자받기 위해 국무원이 1억5,000만 유로(2,015억 원)의 대출을 요청한 것과 관련, 최초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로써 베추는 '바티칸 형법에 따라 기소된 첫 번째 추기경'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혐의는 횡령과 권한남용, 위증교사 등이다. 2011~2018년 국무원 국무장관이었던 베추 추기경은 스캔들 전까진 차기 교황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교황청 조사에서 런던 부동산 투자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지목됐던 그는 그동안 모든 혐의를 부인해 왔다. 이날 성명에서도 "나는 결백하며, 음모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민초네와 또 다른 브로커 잔루이지 토르치는 횡령과 사기,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됐다. 교황청 금융감독기구인 금융정보원(FIA) 수장을 지낸 레네 브룰라르트와 컨설턴트 체칠리아 마로냐도 각각 권한남용과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기소된 기업은 스위스 회사 2곳, 미국 회사 1곳, 슬로베니아 회사 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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