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여성 A(34) 씨는 최근 빈뇨ㆍ잔뇨감이 심해졌다. 물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도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늘었지만 막상 화장실을 다녀와도 시원치 않다. 생리 때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은 여전했고 심하면 걷기조차 힘들었다. A씨는 초음파 검사에서 여러 개의 자궁근종이 있었고 큰 것은 7×5㎝나 됐다. 미혼이라 향후 출산을 고려해 자궁을 보존하면서 근종절제술을 받았다.
자궁근종은 자궁평활근 세포의 비정상적 증식으로 생기는 양성 종양이다.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서 발견되는데, 최근 20대 여성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자궁근종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이 지난해 4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자궁근종 수술을 받는 여성 350~1,000명 중 1명꼴로 자궁육종(암) 진단을 받는데 영상 검사로는 구별할 수 없다. 무증상 근종이 자궁육종으로 악화할 것을 걱정해 미리 자궁절제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
자궁근종은 대부분 무증상이고 3분의 1 정도에서만 증상이 나타난다. 이재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월경 과다와 그로 인한 빈혈 등이 제일 흔한 증상이고, 월경 주기가 아닌데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근종이 매우 크면 대장ㆍ방광ㆍ요로 등 주변 장기를 압박해 변을 보기가 힘들거나 빈뇨ㆍ콩팥 기능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자궁근종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궁근종을 경과 관찰만 할지, 치료할지는 근종 크기ㆍ위치와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윤보현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생리 과다ㆍ빈혈ㆍ생리통, 비정상적으로 긴 생리 기간, 생리 기간 외 출혈, 근종이 커지면서 주변 장기를 압박해 생기는 빈뇨ㆍ잔뇨감ㆍ요실금ㆍ변비나 골반 압박감ㆍ통증 등이 있으면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경과 관찰 도중 근종이 갑자기 커지거나 2차 변성이 의심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생리 과다는 약물로 효과를 곧바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근종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사멸을 유도하는 약(선택적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조절제)은 근종 크기 감소에 4~12개월이 걸리고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간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근종 크기를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약(생식선 자극 호르몬 방출 호르몬 작용제)은 약 중단 후 1~3개월 안에 근종 크기가 원래대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수술하기 전에 일시적으로 쓴다.
고강도 초음파 에너지를 근종에 집적해 괴사를 유도하는 하이푸(HIFU) 시술로 자궁근종의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자궁근종의 혈류를 차단하는 자궁동맥색전술(미세 카테터를 대퇴동맥→자궁동맥으로 접근해 혈관을 막는 색전 물질을 주입)은 자궁 부피와 근종 크기를 줄일 수 있다. 두 시술은 기저질환 때문에 수술하기 어려운 환자, 더 이상 임신 계획이 없는 여성이 수술을 원치 않을 때 대안이 될 수 있다.
근종절제술은 근종 위치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진다. 점막하 근종은 자궁내시경을 이용해 제거할 수 있다. 장막하 근종이나 근층내 근종은 복강을 통해 접근해야 하므로 개복이나 부인과내시경(복강경) 수술을 해야 한다.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은 이전에 개복 수술을 했지만 최근에는 자궁근층을 정교하게 봉합하는 로봇 수술도 많이 시행한다. 하지만 자궁내막과 1㎝ 미만으로 가까운 근층내 근종이라면 난임 전문의들은 정교한 봉합을 위해 여전히 개복 수술을 선호하는 편이다.
더 이상 출산 계획이 없는 여성이라면 자궁을 전부 절제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자궁 보존을 원한다면 출산을 마친 여성에게도 복강경이나 다른 근종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지만 수술 후 근종 발생률을 고려해야 한다.
자궁은 임신 외에는 역할이 없고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도 아니다. 자궁을 전부 절제해도 생리만 없어질 뿐 생리적 폐경이 되는 것은 아니며 성생활에도 문제가 없다.
◇자궁근종 자가 체크리스트
1. 생리량이 많아지고 덩어리가 나온다.
2. 생리 주기가 자꾸 앞당겨지고 불규칙한 출혈이 있다.
3. 소변이 자주 마렵고 변비가 생겼다.
4. 아랫배에 무엇인가 만져지고 생리통이 심해졌다.
5. 밑이 빠질 것 같은 증상이 있다.
6. 성교할 때 통증이 있다.
7. 이유 없이 어지럽고 피곤하다.
8. 잠을 설치고 가슴이 답답하다.
9. 불임과 유산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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