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기소된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 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 만이다. 다만 업무 공백을 감안해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직을 유지하는 '조건부 수용'이다. 법의 심판대에 선 이 비서관이 당분간 사정 업무를 맡는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문 대통령이 이 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며 "다만 민정수석실의 업무 공백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후임이 인선된 후 차질 없이 업무 인수인계를 마친 뒤 퇴직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즉각 후임자를 찾는 작업에 들어가겠지만 언제 교체될지는 모른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 비서관의 사건을 형사합의 27부에 배당하고 재판 절차에 착수했다. 이 비서관이 청와대에 남아 있는다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비서관도 전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직무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깊이 숙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업무 공백을 이유로 들었지만 전례와 비교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지난 5월 31일 박경미 교육비서관이 대변인으로 보직을 옮기면서 공석이 된 교육비서관은 3주 뒤인 6월 21일 후임을 임명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5월 7일 사임한 전효관 문화비서관 후임은 3주 뒤인 같은 달 28일 채워졌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실상 경질된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의 사의는 즉각 수리됐다. 청와대가 이 비서관을 특별 대우하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비서관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임용됐다. 조국·김조원·김종호·신현수·김진국 등 민정수석이 교체되는 동안 민정수석실에서 자리를 지킬 만큼 신임을 받았다. 그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도 연루됐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다만 김기표 전 비서관에 이어 이 비서관의 사표까지 수리될 경우 민정수석실 산하 4명의 비서관 가운데 이남구 공직기강비서관과 서상범 법무비서관 2명만 남게 되는 상황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비서관은 사실상 경질이어서 즉각 수리된 반면 이 비서관은 자진 사의 성격"이라며 "이 비서관이 청와대에 오래 근무한 만큼 인수인계에 시간이 걸리는 측면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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