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발생한 나라에 '초과이익' 20~30% 과세 대상
한국엔 삼성전자 납세 줄고 구글·아마존 세금은 늘 듯
선진국 주도로 추진 중인 일명 '디지털세'에 대한 세계 130개국의 합의안이 나왔다. 세계 곳곳에서 돈을 버는 거대기업에는 세금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각국에 나눠내게 하자는 게 골자다. 이르면 2023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도 그간 한국 국세청에 내던 세금을 외국에 나눠 낼 전망이다. 대신 아마존, 구글 같은 외국 기업이 우리 정부에 내는 세금도 늘어날 수 있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주도의 ‘포괄적 이행체계’(IF) 회의체는 1일(현지시간) 총회를 열고 이 같은 디지털세 합의안을 공개했다. IF에 참여하는 139개국 중 아일랜드, 헝가리 등 9개국을 제외한 130개국이 합의안을 지지했다.
합의안은 크게 △대규모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권을 시장이 있는 나라에 일부 나눠주는 것(접근법 1) △조세 회피를 방지할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것(접근법 2)으로 나뉜다. 이 중 한국에 영향이 큰 것은 접근법 1이다.
매출 27조 넘는 기업, 외국에도 세금 내야
디지털세 대상이 될 기업은 '연간 연결매출액 200억 유로(약 27조 원), 이익률 10% 이상'인 세계 100여 개 글로벌 기업이다. 디지털세는 애초 IT기업을 타깃으로 논의가 시작돼 붙은 이름이지만, 이후 과세 대상은 금융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으로 넓어졌다. 전체 이익 중 통상 이익률 10%까지는 회사가 있는 나라에, 10% 이상의 초과 이익 중 약 20~30%에는 시장이 있는 나라에 과세권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가령 다국적기업 A사의 영업이익률이 15%라고 하면, 10%를 넘는 초과이익 5%가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다. 이 5% 중 약 20~30% 부분에 대한 과세권을 매출이 발생한 나라에 나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배분 방식이나 세율은 정해지지 않았다.
당장 한국에서는 작년 매출이 237조 원에 달하는 삼성전자가 디지털세 대상이 될 게 확실시된다. SK하이닉스도 작년 매출(32조 원)만 보면 포함 가능성이 높은데 향후 과세 시점의 실적에 따라 빠질 수도 있다. IF는 제도 시행 7년 후에는 매출액 기준을 100억 유로로 낮출 계획이라, 향후 대상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접근법 2는 연간 매출액 7억5,000만 유로(약 1조1,000억 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최저한세율은 '15% 이상'으로 합의했다. 만약 다국적기업이 세율 낮은 나라에 자회사를 두는 식으로 조세회피에 나서면, 본사가 있는 나라에서 최저한세율과 조세회피처의 세율 차이만큼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것이다.
기업 부담은 중립적… 나라마다 세수는 영향
디지털세가 시행되어도 기업 입장에서 총 세금 부담은 큰 변화가 없다. 국제적인 이중과세 방지 조약에 따라, 해외에 세금을 더 냈으면 본국에선 그만큼 공제해 주기 때문이다. 정정훈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국의 세금 수입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가령 한국이 걷던 삼성전자의 법인세는 해외로 일부 빠져나가지만, 대신 구글, 아마존 등 해외 기업의 세금을 한국에서 일부 더 걷을 수 있다. 한국은 법인세율이 접근법 2 기준 최저한세율보다 높기 때문에, 세수 측면에선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 정책관은 “아직 세부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접근법 1과 관련한 세수 추정은 어렵지만, 접근법 2의 경우 시행 초기 세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IF는 9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거쳐 오는 10월 G20 정상회의에 디지털세를 최종 합의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다자협정 서명은 2022년, 각국에 실제 적용되는 시점은 빨라도 2023년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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