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취업 시장은 1년 내내 ‘겨울’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다. 좋은 직장은 고사하고, 일자리 찾기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겨우내 갈고 닦은 실력으로 찬란한 ‘봄’을 맞은 이들도 있다. 전례 없는 고용 한파를 역주행해 대기업 취업의 꿈을 이룬 청년들이다.
이들이 취업 일등공신으로 꼽는 곳은 대한상공회의소 광주인력개발원(이하 광주개발원). 1994년부터 대한상의가 운영하고 있는 광주개발원은 지역 인재의 산실로 평가된다. ‘창의성’과 ‘전문성’ 두 가지 키워드를 토대로 취업, 창업, 재취업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광주개발원은 100%에 가까운 취업률로 광주 최대 직업인 양성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광주개발원 졸업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 “창업했다가 폭삭 망해... 개발원 덕에 대기업 취업”
올해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앰코코리아) 시설 환경팀에 입사한 최ㅇㅇ(28)씨는 지난해 광주개발원 에서 스마트팩토리운용실무 과정을 수료했다. 앰코코리아는 앰코테크놀로지의 한국 지사로, 지난해 매출 2조 6,277억원을 기록한 광주 기반의 중견 반도체 기업이다.
최씨는 ‘사장님’ 소리 듣던 자영업자였다. 전문대에서 기계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자동문 시공 회사를 다니다가 창업에 나섰다. 회사 운영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문자 그대로 ‘폭삭’ 망했다. 최씨는 “사업을 정리한 뒤 오랫동안 공백기가 있었다. 설비 보전 분야에 취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무렵 최씨가 알게 된 곳은 광주인력개발원. 기계정비산업기사 취득 목표로 스마트팩토리운용실무 과정에 입학해 PLC, 센서, 통신 등 핵심 기술을 공부했다. 현실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생소한 내용과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그를 짓눌렀다. 최씨는 “모르는 내용을 알 때까지 복습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며 “방과 후 진행된 보충 수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취업 과정에서 스킬(Skill), 스펙(Spec) 쌓기에 집중한 최씨는 입학 1년 만에 △기계정비산업기사 △공조냉동기계기사 △산업안전산업기사 △공유압기능사 △설비보전기능사 등 굵직굵직한 자격증을 5개나 취득했다. 최씨는 덕분에 앰코코리아의 서류 심사, 심층 면접을 무사히 통과, 꿈에 그리던 대기업 사원이 될 수 있었다.
최씨는 “대학에서 배우지 못했던 기술을 광주인력개발원에서 배울 수 있었다”며 “개발원에 들어오니 나와 같이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많았다. 졸업 이후 뭘 할지 망설여진다면 개발원에서 전문 기술을 습득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 자타공인 ‘차’ 마니아... 67:1 경쟁률 뚫은 비결은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현대자동차 완성차를 생산하는 광주시-현대차의 합작 법인이다. 2019년 광주형 일자리 정책을 통해 출범했다. 한준섭(24)씨는 지난해 광주인재개발원의 자동화설비제어 과정을 수료한 뒤 67:1의 경쟁률을 뚫고 GGM 기술직 신입 사원으로 입사했다.
대학에서 자동차학을 전공한 한씨는 자타공인 ‘차’ 마니아다. 자동차 회사 인턴으로 8개월간 근무한 이력도 있다. 완성차 업체 생산직 취업이 목표였지만, 시장 환경 변화 등으로 채용 규모가 줄자 설비 보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씨가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위해 찾은 곳은 광주인력개발원이었다.
한씨는 PLC, 공압, 유압, PC 제어 등 설비 보전 분야의 핵심 기술을 공부했다. 한씨는 “자격증 취득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관련 기술을 익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1년간 취업 훈련을 받으며 기계정비산업기사, 설비보전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한씨는 광주개발원의 장점으로 적극적인 자격증 취득 지원을 꼽았다. 정규 교과와 별도의 실기반을 편성해 수강생 개개인의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는 것이다. 한씨는 “수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교수님들이 직접 실기 수업을 진행해 더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개발원에 다니면서 자격증을 7개까지 늘렸다.
한씨는 “자동차과를 나왔지만, 실습 경험이 부족해 전문 기술을 배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취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남들보다 빨리 광주인력개발원을 선택해 기술을 배운 게 입사로 이어진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 제철소 인턴→완성차 사원... “광주개발원이 공부 목마름 해소”
GGM 차체부에서 근무하는 김상섭(27)씨는 제철소 인턴 출신이다. 지난해 광주인력개발원에서 자동화설비제어를 수료한 김씨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 확정 소식을 듣고, GGM 취업을 목표로 삼았다. 김씨가 꿈을 이루기 위해 먼저 실천한 건 다른 완성차 기업으로의 계약직 입사였다. 하지만 생산직 경험을 쌓을수록 기술 공부에 목마름을 느꼈다. 김씨는 “로봇 조작, PLC, 센서 등 핵심 기술을 아는 게 취업에도 유리했다”고 말했다.
갈증을 풀기 위해 김씨가 택한 곳은 광주인력개발원이었다. 김씨는 개발원에서 PLC, 공유압, 기구 설계, 전기 전자 등 실무에 필요한 여러 기술을 배웠다. 공부는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완성차 기업 취업’이라는 확실한 목표 덕분이었다. 제철소 인턴, 완성차 기업 근무 경험도 도움이 됐다. 배경지식이 있다 보니 습득 속도가 남달랐다.
김씨는 정규 수업과 별도로 자격증 시험도 준비했다. 1년 만에 △기계정비산업기사 △설비보전기능사 △공유압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씨는 “입사를 위해 거의 4년을 준비했다. 개발원에서 부족한 실무 기술을 익히고, 자격증을 취득한 게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광주개발원의 장점으로 ‘풍부한 실습 장비’를 꼽았다. 그는 “실제 현장과 비슷한 실습 장비를 활용한 덕분에 면접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광주개발원에서 많은 전문 기술을 배웠다. 회사 생활을 할 때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개발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입학한 뒤에는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개발원이 아니었다면 꿈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광주인력개발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광주인력개발원 조명희 원장은 “대학 졸업 후 취업에 바로 성공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이렇듯 취업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취업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고가의 실습교육을 무료로 참여할 수 있고, 대한상공회의소의 회원사를 중심으로 취업까지 연계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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