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데 대학 발전은 포지티브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안 되는 것만 법령에 명시하고, 나머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
"고등교육의 다양성을 유지하려면 중소 규모 대학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위기 속에서 중소 규모 대학의 존재가치를 생각하고, 재정 투자를 확대해달라." (권득칠 루터대 총장)
1일 '코로나·초저출산 시대 대학의 도전과 응전'을 주제로 열린 하계 대학초청세미나에는 전국 199개 대학 중 132개 대학 총장이 참여해 제각기 요구사항을 적극 쏟아냈다. 초저출산과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차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그간 쌓인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대학혁신지원금 3배 올리고 용도제한 폐지해달라"
김인철 대교협 회장(한국외국어대 총장)도 개회사에서 "아날로그 방식의 전통적인 대학은 코로나로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다"며 "대학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도 대학혁신지원 사업비를 2조 원 수준으로 확대 지원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대학혁신지원 사업은 교육부가 대학의 혁신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개발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올해 143개 대학에 총 6,951억 원을 지원했다. 대교협 요구 금액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대교협은 이 밖에 재정 지원의 대폭적 확대와 안정적 지원, 혁신지원사업비의 용도 제한 폐지 등도 요구했다.
정부의 찔끔찔끔 지원에 대해 한 대학총장은 "재정 확충 등을 요청하면 매번 '적극 검토' '추진 중' '검토 예정'만 반복할 뿐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총장만 모일 게 아니라 국회의원, 기획재정부 공무원, 교육부 공무원, 대학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원스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학 살아남으려면 '서비스' 아닌 '교육'에 집중해야"
다만 이날 세미나에서는 대학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비스'가 아닌 '교육'에 집중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인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등교육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서비스는 수요자를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인데, 교육을 그렇게 하면 망한다"며 "교육은 학생을 힘들게 하면 할수록 잘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은 '네가 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것이고, 서비스는 '알아서 다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서비스'는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수 대학들이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홍보하는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대학들의 잘못된 융합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가 미래형 교육으로 융합형 인재 양성을 강조함에 따라 대학들이 여러 학과를 하나로 묶거나 자율전공 등을 잇따라 만들었는데 이는 진정한 '융합'이 아니라는 취지다. 박 교수는 "진정한 융합전공은 입학정원이 없는 대신 교수, 교육과정, 졸업이 다 가능한 것"이라며 "실제 카이스트는 졸업과 전공을 분리시켜 전공 없이 졸업이 가능한데, 이런 사례가 늘어야 학과 폐지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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