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핀테크, 잇따라 후불결제 서비스 마련
"카드 발급 어려운 금융 취약계층 활용" 강조
카드사는 결제한도 올라 역전당할까 긴장
공동 전선 구축으로 핀테크 업체에 대항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 '공룡 핀테크'(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회사) 업체들이 후불결제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사업자인 신용카드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들은 후불결제가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운 사회 초년생, 주부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라고 강조하지만, 카드사는 후불결제 한도가 올라가면 카드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30만 원·카카오페이 15만 원 한도 후불결제 제공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가 마련한 후불결제 시스템은 각각 지난 2월과 5월에 일정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됐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 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자'인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는 후불결제 사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두 회사 사업은 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되면서 후불결제 시장 진출이 제한적으로 가능해졌다.
이에 네이버파이낸셜은 충전 잔액이 대금 결제액보다 부족할 경우 월 30만 원 내에서 먼저 결제하고 나중에 갚는 후불결제를 지난 4월 출시했다. 카카오페이는 오는 4분기에 선불 충전액이 0원이 되더라도 월 15만 원 한도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후불형 교통카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두 회사는 카드사 신용평가 모델로는 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운 사회 초년생, 주부 등도 후불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금융 거래 내역이 적은 취약계층도 더치페이(각자 비용 부담), 통신료 납부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로 후불결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도 두 회사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규제 적용을 면제해줬다.
카드업계, 핀테크 업체 결제 한도 오를까 긴장
하지만 카드업계 입장은 다르다. 이미 통신, 쇼핑 시장을 장악한 핀테크 업체들이 이제 카드사의 후불결제 시장을 공략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10만 원 안팎의 월 사용 한도를 감안하면 당장 타격받을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한도 상향이 이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도가 높아질 경우 사실상 신용카드와 별반 다를게 없어, 수천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에 후불결제 시장을 뺏길 수 있어서다.
이미 핀테크 업체가 다른 금융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것도 카드사가 불안해하는 이유다. 은행업, 보험업에선 카카오뱅크, 카카오손해보험 등이 영업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시작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휴대전화 소액결제 한도가 점점 올라간 것처럼 핀테크 업체의 후불결제 한도도 높아지는 게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후불결제 한도는 시장과 소비자가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정해진 것"이라며 "만약 한도가 200만~300만 원으로 무작정 올라버리면 핀테크 업체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가 우려하는 한도승인에 다소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일단 카드업계는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 핀테크 업체에 맞서기 위해 공동 전선을 꾸리고 있다. 카드사들은 각 사의 간편결제 서비스 개방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합의했다. 자사 카드뿐 아니라 경쟁사 카드도 모바일 앱에 저장하고 쓸 수 있는 체계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국민카드 모바일 앱에서 신한카드로 결제하는 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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