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마오처럼 망루 올라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21차례 외친 시진핑

알림

마오처럼 망루 올라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21차례 외친 시진핑

입력
2021.07.01 17:00
수정
2021.07.01 21:18
2면
0 0

①"위대한 중국" 외치며 美 겨냥 "업신 말라" 엄포
②"괴롭힘 당하지 않아", 2049년 사회주의 강국 건설?
③"대만 독립 계략 분쇄...조국 통일은 중화민족 염원"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은 1일 베이징 톈안먼 망루 위에 시진핑(앞줄 중앙 회색 인민복 차림) 국가주석 겸 총서기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1949년 10월 같은 장소에서 신중국 건국을 선포한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 위에 도열해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은 1일 베이징 톈안먼 망루 위에 시진핑(앞줄 중앙 회색 인민복 차림) 국가주석 겸 총서기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1949년 10월 같은 장소에서 신중국 건국을 선포한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 위에 도열해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흡사 황제의 선전포고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은 1일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라 “중화민족이 멸시와 괴롭힘을 당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포효했다. “대만의 독립 계략을 분쇄할 것”이라며 통일에 대한 열망도 드러냈다. 1949년 10월 마오쩌둥(毛澤東)이 그랬듯 광장에 모인 인파를 내려다보며 수호자를 자처했다. 내년 10월 당 대회를 통해 세 번째 5년 임기를 시작하려는 행보에 거침이 없었다.

①"위대한 중국" 반복해 외치며 "업신여기지 말라" 엄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톈안먼 망루 위에서 중요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톈안먼 망루 위에서 중요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공산당 총서기인 시 주석은 이날 54분간의 연설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표현을 21차례 외쳤다. ‘위대’라는 단어는 54번 등장했다. 1분에 한 번꼴이다. ‘실현’은 35회, 단결은 ‘16회’ 거론됐다.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중국인의 단합과 성취, 자부심을 고취하는 용어들이다. 한 달 전부터 예고한 ‘중요 연설’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졌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시 주석은 전례 없이 노골적인 표현으로 중국인의 정서를 자극했다. 그는 “그 어떤 외부세력이든 우리를 괴롭히거나 억압하거나 노예화하려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누가 이런 망상을 한다면 14억 중국 인민의 피와 살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쳐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중국 인민은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긍심이 강한 민족”이라면서 “중국 공산당과 인민의 대립을 부추기는 어떤 시도도 실패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 공산당을 “학살자, 거짓말쟁이”라고 낙인 찍어 인민을 통치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세운 것에 비춰 이에 맞선 작심 발언이다.

②"괴롭힘 당하던 시대 끝나"...2049년 사회주의 강국 건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톈안먼 망루 위에서 광장의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시 주석 오른쪽에 백발의 후진타오 전 주석이 손뼉을 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톈안먼 망루 위에서 광장의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시 주석 오른쪽에 백발의 후진타오 전 주석이 손뼉을 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시 주석은 연설 초반부터 중화민족이 외세 침략에 유린된 아픔의 역사를 끄집어냈다. 그는 “중화민족은 5,000년의 유구한 문명과 역사로 인류 문명 발전에 불멸의 공헌을 했다”며 “하지만 1840년 아편전쟁 이후 반식민지로 전락해 모욕과 박해, 미증유의 재난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가장 위대한 중국의 꿈이 됐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이 권좌에 오른 2012년 18차 당 대회에서 자신이 주창한 ‘중국몽(中國夢)’의 정당성을 강조한 셈이다.

쇠락한 중국을 바꾼 건 공산당이었다. 시 주석은 “공산당이 단결해 중국 인민을 이끌고 신민주주의 혁명의 위대한 업적을 일궜다"면서 “중화민족이 지배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번에도 두 개의 100년 목표를 강조했다. 중국의 청사진이자 시 주석 집권 연장의 불가피성을 뒷받침하는 구호다. 시 주석이 이날 “전면적 샤오캉(小康ㆍ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실현했다”고 선언하면서 공산당 100년을 맞아 첫 번째 목표는 달성했다. 남은 건 신중국 건국 100년째인 2049년까지 완수할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다. 시 주석은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올라서는 역사적 돌파를 이뤘고 절대 빈곤 문제를 해결했다”면서 “제2의 100년 목표를 향해 힘차게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③"대만 독립 계략 분쇄...조국 통일은 중화민족 염원"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합창단이 본행사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합창단 뒤로는 공산당 100년 역사를 기념하는 대형 아치가 세워져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합창단이 본행사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합창단 뒤로는 공산당 100년 역사를 기념하는 대형 아치가 세워져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위대한 중국’ 건설의 또 다른 관건은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규정한 대만과 홍콩에 달려 있다. 이에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공산당의 역사적 임무이자 중화민족의 염원"이라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평화 통일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대만의 독립 계략을 단호히 분쇄할 것”이라며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굳은 결심과 확고한 의지, 강한 능력을 누구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날 주권 반환 24주년을 맞은 홍콩에 대해서는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와 고도의 자치 방침을 전면적이고 정확하게 관철해야 한다”면서 “국가 안보를 위한 법 제도와 집행 메커니즘을 실현하고 국가의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보호해 번영과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 주석 연설 후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등 주요 기관과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들은 “당의 영도에 따라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면서 초심과 사명을 명심하며 아름다운 미래를 개척해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