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다가온다. 이를 알려주듯 예능 프로그램 속 수많은 스타들은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여행지로 떠난다. 관광 명소를 방문하고 맛집을 탐방하는 스타들의 모습은 큰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시국이 시국인 만큼 어딘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E채널 '노는언니'에서는 출연진의 제주도 여행기가 그려졌다. 멤버들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예쁜 카페에 방문했다. 해녀 체험도 했다. 패들 보트를 탄 후에는 맛집을 찾아 왕갈비와 통갈치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
KBS2 '살림하는 남자들2'에서도 스타들은 제주도로 떠났다. 팝핀현준 박애리 부부는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를 찾아 다양한 볼거리, 놀거리를 즐겼다. 이들은 천지연 폭포 관광과 서핑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 22일 방송된 JTBC '내가 나로 돌아가는 곳 - 해방타운'에서는 이종혁과 고창석이 여수를 방문했다. 두 사람은 스릴 넘치는 공중그네를 타고 맛집을 찾아 선어 회와 삼합을 먹었다. 스튜디오에 있던 출연진은 이종혁 고창석의 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드러냈다.
방송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여행 욕구를 자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방송에 제주도가 나오니까 놀러 가고 싶다" "남편에게 여수에 한번 가자고 말해야겠다" 등의 글을 남겼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의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TV 속에 등장한 여행지에서의 휴가를 꿈꾸고 있었다.
대부분의 제작진이 스타들의 여행기로 대리 만족을 선물하고자 했겠지만, 오히려 여행을 부추긴 모양새가 됐다. 한 네티즌은 유명 포털 사이트의 지식 공유 플랫폼에서 방송에 등장한 카페의 구체적인 위치를 묻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이런 반응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코로나 시국에 불필요한 여행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정 지역으로 통하던 지역들을 찾은 수많은 확진자들이 민폐 여행객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들이 식당에서 마스크를 잠깐 벗은 그 순간 누군가는 위험해졌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실시되고 있지만, 아직 긴장감을 놓아선 안 된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무려 762명이다. 이틀 연속 확진자 수는 700명대였으며,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제작자들은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여행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지 한 번쯤 되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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