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42도·포틀랜드 46도… 연일 최고 기록
온난화로 공기 정체… '열돔' 갇힌 북미 북서부
"온실가스 확 못 줄이면 2100년엔 피해 3배"
북미 북서부 태평양 연안의 6월은 통상 서늘하다. 평균 최고 기온이 섭씨 20도대 초반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일찌감치 미국 서남부를 휩쓴 폭염이 빠르게 북상하는가 싶더니 캐나다까지 올라왔다.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는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오후 4시 20분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州) 리턴 관측소의 기온이 49.5도(화씨 121도)를 나타냈다”며 “이는 캐나다 사상 최고 기온”이라고 밝혔다. 리턴은 밴쿠버에서 동쪽으로 약 250㎞ 떨어진 지역으로, 이날까지 사흘 연속 최고치 경신이다. 전날 기온은 47.5도, 27일은 46.7도였다.
미국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등 미 북서부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날 미 CNN방송에 따르면, 전날 워싱턴주 시애틀에선 수은주가 42.2도까지 올라갔다. 27일 세운 최고 기록(40.0도)을 하루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시애틀 남쪽 오리건주 포틀랜드도 26~28일 기온이 ‘41.7도→ 44.4도→ 46.1도’를 기록하며 사흘째 상승일로다.
당연히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AFP통신은 캐나다 연방경찰 발표를 인용해 이날 하루에만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밴쿠버 인근 도시 버너비와 서리에서 최소 69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시애틀은 일부 식당이 문을 닫았고, 포틀랜드에선 고속 경전철과 전차의 운행이 중단됐다고 CNN이 전했다. 캐나다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앨버타, 유콘, 매니토바, 서스캐처원 등 서부 주들에 “길고 위험한 폭염이 이번 한 주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보를 발령했다. 미 국립기상청 역시 경보를 내리며 “에어컨이 작동되는 실내에 머무르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인은 ‘열돔(Heat Dome)’ 발생이다. 지상 5~7㎞ 높이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반구(半球) 형태의 지붕을 만들며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현상이 열돔인데, 하강 기류가 지상의 공기를 누르며 단열 압축을 하기 때문에 기온이 오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8일 브리핑에서 “압력솥 같은 효과를 내는” 기후 현상으로 향후 5일 이상 북미 서부의 기온이 45도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변화 탓에 이 현상이 더 빈번하고 심해진다는 점이다. 마이클 만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대기과학)와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커뮤니케이션’ 이사 수잔 조이 하솔은 이날 뉴욕타임스 공동 기고에서 “온도가 오른 북극과 아열대 지방 간 온도 차이가 줄면서 (대기권과 성층권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를 섞어 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그 결과 열돔 같은 고기압 중심이 지금 북미 북서부처럼 한 지역에 머물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격적 조치로 열을 가두는 온실가스 배출을 확 줄이지 않을 경우 2100년엔 북미 북서부의 폭염 피해가 3배로 늘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경고다.
실제 폭염은 그 자체로 위협적이다. 최근 30년간 허리케인과 홍수로 인한 사망자보다 폭염 사망자가 더 많았다는 게 만 교수 얘기다. 2018년 미 기후평가 보고서를 보면 1960년대엔 연간 2건이던 폭염 발생 빈도가 2010년대 들어 연간 6건으로 증가했다. 칼럼니스트 찰리 워젤은 워싱턴포스트에 “끔찍한 미래에 대한 실존적 공포감도 폭염이 가하는 신체적 위험 못지않은 고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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