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권력 교체 명예, 성폭력 사건으로 빛 잃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9일 시장 재임 시절 여직원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되면서 그의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특히 보수 텃밭인 부산에서 '3전4기' 도전 끝에 시장에 당선되며 사상 첫 부산 지방권력 교체를 이뤄낸 그의 이력은 '권력에 의한 성범죄'에 가려 빛을 잃게 됐다.
오 전 시장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에 합격해 1974년 부산시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1980년 첫 발령지인 부산을 떠나 대통령 정책보좌관실, 내무부 국민운동지원과장 등으로 근무했고, 1992년 재무국장으로 다시 부산시에 부임해 상수도사업본부장, 기획관리실장,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시장 당선에 앞서 시장직을 제외한 모든 핵심 요직을 거친 셈이다.
오 전 시장은 말을 다소 더듬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사회에서 원만한 소통 능력과 업무 추진력을 발휘하며 호평을 받아왔다. 공직을 떠나서도 부산에 있는 한국해양대와 동명대 총장을 역임하며 지역사회 원로 역할을 꾸준히 수행했다. 특히 해양대 총장 시절엔 학내 축제나 각종 행사에서 노래 솜씨를 뽐내며 '노래하는 총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이 정치권에 입문한 것은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4년 6ㆍ5 재·보궐선거다. 당시 부산에선 안상영 전 시장의 사망에 따라 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졌는데, 오 전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 하지만 후배 공무원이자 같은 부시장 출신인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에게 패했다. 이듬해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된 그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재차 부산시장에 도전했지만 허 시장에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세 차례 연임한 허 시장이 출마하지 않은 2014년 6ㆍ4 지방선거에서 오 전 시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출마한 김영춘 후보의 양보로 단일화에 성공해 당선 가능성이 높았지만, 친박 핵심인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와 박빙의 승부 끝에 득표율 1%포인트 차로 또다시 눈물을 삼켜야 했다.
2016년 총선 불출마와 정계 은퇴를 선언한 그는 동명대 총장에 취임하는 등 한동안 정치판을 떠났다가 19대 대선 시즌에 당시 유력한 야권 대선 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지역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아 정계에 복귀했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네 번째 도전 만에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은 1995년 민선 1기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23년 만에, 그 이전 보수정권의 임명직 단체장 시절을 합하면 30여 년 만에 부산지방 권력이 보수에서 진보로 교체된 상징적 사건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오른 부산시장 자리였지만, 오 전 시장은 결국 취임 2년도 안 돼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그는 21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의 최후진술에서 “50년 공직생활 동안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지만 막판 순간적인 엄청난 잘못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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