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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혁 "라흐마니노프는 기교를 위한 곡 아냐… 여러겹 메시지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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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혁 "라흐마니노프는 기교를 위한 곡 아냐… 여러겹 메시지에 주목해야"

입력
2021.06.29 18:04
수정
2021.06.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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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피아노 협주곡 2·3번 앨범 발매

최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을 앨범으로 녹음한 피아니스트 조재혁. 목프로덕션 제공

최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을 앨범으로 녹음한 피아니스트 조재혁. 목프로덕션 제공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2D라면 3번에서는 3D로 발전하죠. 2번에서는 가슴 벅찬 희망이 도드라지는데요, 3번으로 가면 작곡가의 음악적 연륜과 인생의 희로애락이 3만개 음표에 모두 녹아 있어요. 어마어마한 곡들이다 보니 20대엔 '이것보단 조금 더 진해야 하는데'하고 물음표를 안고 연주하곤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해서 앨범으로 남기게 됐습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 별다른 설명이 불필요한 불후의 명곡이다. 그래서 연주 자체보다는 '어떻게(해석)'와 '왜(동기)'가 중요한 래퍼토리이기도 하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30년 넘게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한 연주자다. 그 답을 지난 18일 내놨다. 프랑스 클래식 레이블 에비당스를 통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 3번 앨범을 발매하면서다. 코로나19 탓에 협주곡이나 교향곡 앨범 발매가 흔치 않은 상황에서 음악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18일 프랑스 레이블 에비당스를 통해 발매된 조재혁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앨범. 목프로덕션 제공

지난 18일 프랑스 레이블 에비당스를 통해 발매된 조재혁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앨범. 목프로덕션 제공

조재혁이 2018, 19년 발매한 베토벤 앨범이 피아니스트로서 기량을 입증하는 시금석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곡들로 엄선됐다. 10대 때부터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2번의 경우 13세 때 공식 음악회장에서 처음 연주했다. 조재혁은 "TV 피아노 광고에서 서혜경 연주자가 협주곡 2번을 연주하는 장면을 본 뒤로 잊을 수 없는 곡이 됐다"고 말했다. 3번은 16세 무렵 공식 콩쿠르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 연주한 작품이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은 기술적으로 난곡으로 꼽힌다. 하지만 조재혁은 "공연 하루 전날 연주 의뢰를 받아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장이 아니다. 수십년간 이 곡들을 쳐왔기 때문이다. 앨범 발매는 늦은 감이 들 정도다. 그만큼 조재혁은 그 장구한 시간에 걸쳐 라흐마니노프를 연구했다. 조재혁은 "라흐마니노프 음악이 겉으로는 서정성이 짙고, 기교적으로 인식되지만, 사실 악보를 들여다 보면 족히 10개가 넘는 다양한 층위들이 결합돼 있는 음악"이라며 "지금도 연주할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앨범 발매에 앞서 지난 8, 9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수록곡들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조재혁은 "한층 더 단단한 해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재혁은 "라흐마니노프를 기교적으로만 접근하면 자칫 경망스럽고 신파적이기 쉽다"면서 "테크닉은 표현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조재혁은 작곡가가 악보에 남긴 힌트들을 바탕으로 작곡가의 음악세계를 현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도 "라흐마니노프가 내 앨범을 들으면 뭐라할지 궁금하다"며 웃었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은 가장 사랑하고, 높이 평가하면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음악"이라고 했다. 목프로덕션 제공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은 가장 사랑하고, 높이 평가하면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음악"이라고 했다. 목프로덕션 제공

이번 앨범은 팬데믹 발생 전인 2019년 6월에 녹음됐다. 당초 지난해 발매를 계획했으나 코로나19로 순연됐다. 앨범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 인근에 있는 신설 공연장 자리야드예홀에서 작업됐다. 이 공연장 앨범 녹음으로는 처음이다.

특히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RNO)와 합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거장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만든 악단이다. 이번 앨범에서 지휘는 한스 그라프가 맡았다. 조재혁은 지휘자에 대해 "초면에 '방해 안 할 테니 하고 싶은 것 다 하라'며 연주자를 적극 지지해 주면서도, 화음 하나하나마다 음악적 조언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열의를 보여줬다"고 했다. 악단에 대해서도 "현악기부터 관악기까지 따뜻한 음색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덕분에 러시아의 서정성을 잃지 않으면서 조화로운 음반이 나왔다"고 말했다.

조재혁은 지금까지 나온 앨범을 모두 그래미상을 받은 프로듀서 마이클 파인과 작업해 왔다. 조재혁은 "벌써부터 '다음 앨범은 뭘 할까?'하고 허심탄회하게 고민하는 사이"라며 "파인은 어떤 곳을 고쳐야 소리가 개선될지 정확히 꿰뚫는 귀를 가졌다"고 했다.

조재혁의 다음 앨범은 쇼팽이다. 4개의 발라드와 소나타 3번을 담았다. 영국 오키드 레이블을 통해 내년 상반기 무렵 발매할 계획이다. 조재혁은 "쇼팽이 12개 음으로 축적한 시를 표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모차르트 협주곡 20번과 23번을 담은 앨범도 공개할 예정이다.

조재혁은 다음달 9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대구국제방송교향악단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고, 8월에는 실내악 작품으로도 관객과 만난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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