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반도 동남권에서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가덕도신공항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자. 부산 시민과 문재인 정부의 참여세력들은 동남권 신공항이 반드시 해상공항으로 건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700만 부산 시민과 경남 도민, 그리고 울산 시민의 염원이라 한다. 비행기의 24시간 운항이 가능하고, 가덕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 권역의 조성이 가능하다는 기대 때문이다. 2008년 경남과 울산이 대구와 더불어 밀양을 신공항 예정지로 밀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입장에서, 경남·울산 주민들이 과연 이런 희망에 동조할는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 여부다. 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가덕도신공항은 인천공항 모델보다 간사이공항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수심이 15~20미터나 될 정도로 깊어 인공벽을 쌓는 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고, 대한해협으로 돌출된 외해(外海)에 위치하여 바람과 해류가 거세며, 태풍의 진로에 위치하여 태풍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추산하는 신공항 건설 비용은 최소 12조8,000억 원에서 최대 28조6,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3.5㎞ 활주로 하나를 설치할 경우 13조 원이, 두 개의 활주로를 설치할 경우 29조 원이 소요된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위원회는 건설 비용을 13조 원이라 추산하지만, 실제 경비는 29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개발 사업을 극렬하게 반대했던 현 집권세력이 천문학적인 비용 지출에 쏟아질 비난을 눈 막음 하기 위한 분식의 혐의가 짙다. 활주로를 한 개만 설치할 경우 트래픽 잼이 발생하여 비행기의 이착륙이 원활하지 않거나 환승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교통 병목을 해소하는 방법은 2개의 활주로 확보다. 그 때문에 소요 경비는 4대강 개발 사업에 투입된 전체 경비(22조원)보다 7조원이나 더 들어갈 전망이다.
문제는 또 있다. 350~500톤의 거대 중량의 비행 물체가 이착륙할 때 받게 되는 하중으로 지반 침하가 우려된다. 수심 17미터 내외의 심해를 메꿔 인공섬을 조성하는 것에 대한 필연적 업보다. 지반 보수 공사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경우, 가덕도신공항의 연간 운영경비는 하염없이 늘어날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은 여러모로 인천공항보다는 간사이공항의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공항 운영경비의 증가로 착륙료가 높아질 것이고, 운항료를 최소화하려는 항공사들은 취항을 기피할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이 기피 공항이 될 가능성은 29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소요 경비에서 이미 드러나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5단계 공사가 모두 완료되는 2029년까지 총공사비용이 2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5개의 초대형 활주로, 연간 이용 승객 1억3천만 명을 예상하는 세계 최대 허브공항의 건설에 소요될 경비가 이 정도다. 그에 비해 활주로 2개, 연간 3천만 명 정도의 승객을 예상하는 '중규모급' 가덕도신공항의 공사 비용이 인천공항보다 6조 원이나 더 든다는 것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게다가 지반 보수를 비롯한 추가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가덕도신공항은 '돈 먹는 하마 공항', '제2의 간사이공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의 유수 항공사들이 취항을 기피할 경우, 또다시 정부가 공항의 재정 적자를 메꿔줘야 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금년 2월 국회를 통과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서 공항 건설 비용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렇지만 같은 목적으로 추진하는 대구신공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가 없다.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 시민은 성골이고, 비판적인 대구·경북주민들은 4두품 이하 천민들인가? 국민을 이렇게 지역으로 갈라치기 하면서 대놓고 갈등을 조장한 정부는 일찍이 없었다. 2017년 이 정부가 출범할 당시 내세웠던 균등, 공정, 정의라는 지고지순한 민주적 가치에 대한 명백한 훼손이다. 이 정부에 의해 갑작스럽게 천민 신분으로 전락한 대구·경북 주민들의 극렬한 반발 또한 예상된다. 대구·경북 주민들은 공정과 정의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본 원리라는 점을 잘 아는 민주 시민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7일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폭주로 내달리는 독재 기차에 대해 서울과 부산 시민들은 철퇴를 내렸다.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가덕도신공항이 특혜를 입는다면, 다른 공항 또한 그러해야 마땅하다. 공정과 정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 모든 공항이 특혜를 받을 경우 공항 간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 것이며, 혁신은 어디에서 나타날 것인가? 경쟁과 혁신이 없는 공항은 온실 속의 공항, 생동감을 잃은 공항, 죽은 공항이 되어,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세계적 허브공항의 대오에서 탈락하고 말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