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국내 30대 기업 인사담당 임원들을 불러다놓고 "공개채용 제도를 적극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고용시장 트렌드가 '수시채용'으로 바뀌고 있는데 정부만 거꾸로 간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CHO)들을 만나 "수시채용 중심의 채용 트렌드 변화에 따라 청년들은 채용규모가 줄어들고 직무경력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다는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며 "청년들의 불안과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공개채용 제도에 대한 기업의 보다 적극적인 인식과 활용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제는 안 장관의 요청이 고용시장의 동향과 정반대라는 점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지난 1월 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하반기 49.6%에 달하던 대졸 신입 공채 비율이 2020년 하반기에는 39.6%로, 올해 상반기에는 30.1%로 크게 줄었다. 반면, 수시채용 비율은 2019년 하반기 30.7%에서 지난해 41.4%,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는 49.9%로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공채는 2019년 하반기 56.4%에서 올해 상반기 42.1%로 줄었고, 수시채용 비율은 2019년 24.5%에서 올해 상반기 36.3%로 크게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14일 내놓은 조사결과를 보면 이런 채용 형태 변화에 대해 기업들의 62.6%는 "경영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 인력을 적기에 채용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기업들은 앞으로도 이런 경향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 이날 안 장관의 발언을 두고 재계에선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냐"는 불만이 흘러나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미래기술이 접목되면서 사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대응하려면 맞춤형 전문인력을 수시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수시채용을 하면 한 번에 뽑는 숫자가 적을 뿐, 한 해 전체로 보면 공채보다 더 많은 인원을 뽑을 때도 많다"며 "수시채용한다고 덜 뽑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불만들이 제기되자 고용부도 한 걸음 물러섰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 청년 세대가 직무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데, 기업들은 수시채용으로 경력자를 찾다 보니 청년들도 갈 곳이 없다"며 "그러니 기업들도 공채를 고려해달라, 정부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라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대규모 공채가 일정 정도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요행 한국고용정보원 생애진로개발팀 연구위원은 "대기업일수록 기업차원에선 한 번에 대규모로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공채가 효율적인 측면도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 때문에 대면 채용이 어려웠지만, 어느 정도 안정되면 공채가 어느 정도는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