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집권 초 부자 증세→집권 말 부자 감세
DSR 40%, 고소득층만 자산 증식 노릴 수 있어
카드 캐시백, 소비 여력 있는 부자에 혜택 집중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신용카드 캐시백 지급 등 고소득자에 유리한 정책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각각의 정책은 △세 부담 경감△가계부채 억제 △경기 부양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주로 부유층에게 이득이 돌아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고소득층과 중산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부자 증세'에서 '부자 감세'로 정책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당정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 원 이상에서 상위 2%로 좁히는 데 뜻을 모았다. 집권 초 대기업, 고소득층에 대한 법인세 및 소득세율 인상을 단행했던 문재인 정부가 집권 말 사실상 '부자 감세'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부세 기준 변경은 당장 진보 진영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진보학자인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부세 완화는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차주별로 적용되는 DSR 40% 규제 역시 고소득자가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DSR 규제는 가계부채를 제어하기 위해 도입되는데 결과적으로 대출 한도가 큰 부자가 부동산 등 자산 증식의 기회를 누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DSR는 전체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소득에 따라 대출액을 산정하는 제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다른 대출이 없고 연 금리를 2.5%로 가정할 경우 연 소득 2,000만 원, 5,000만 원 직장인의 만기 20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는 각각 1억2,600만 원, 3억1,500만 원이다. 반면 연 소득 8,000만 원 직장인은 5억3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다. 연봉 5,000만 원 직장인만 하더라도 수도권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6월 기준)인 7억1,184만 원을 충당하려면 주담대론 턱없이 부족하다.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보완책도 나왔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다음 달 1일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내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최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각각 50%→60%, 60%→70%로 높아진다. 하지만 저소득층 입장에서 LTV 우대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LTV, DSR 중 대출액이 더 적은 DSR 규제를 적용받을 확률이 높아서다.
정부가 전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용카드 캐시백도 고소득층을 위한 정책이다. 2분기 대비 3분기에 신용카드를 더 많이 쓴 경우, 늘어난 액수의 10%를 돌려주는 캐시백은 소비 여력이 클수록 혜택을 볼 수 있다.
신용카드 캐시백이 경제 활성화에 부적절한 처방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카드 결제율이 90%를 넘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소비를 얼마나 더 끌어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을 하려면 고소득자의 소비 증가보다 전반적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해야 한다"며 "대출 규제는 연봉,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한 제도로 활용돼 왔는데 연봉, 주택 가격 등에 따라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 개인 신용도로 대출을 적용하는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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