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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부사관 "내가 왜 가해자 되나"...극단 선택 암시 메모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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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부사관 "내가 왜 가해자 되나"...극단 선택 암시 메모 남겨

입력
2021.06.27 15:00
수정
2021.06.27 16: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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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이튿날 "더 살 이유 없다" 심경 토로
수사계장은 가해자 조사 전에 불구속 판단
A중사 부친, 첫 공개 회견 예정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공군 A 중사 분향소에 추모글이 놓여 있다. 뉴스1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공군 A 중사 분향소에 추모글이 놓여 있다. 뉴스1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A 중사가 사건 발생 이튿날 부대 상관과 면담 후 죽음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사건 무마를 종용하는 상관들의 태도에 크게 낙담했던 것으로 보인다.

27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 검찰단은 앞서 25일 제4차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열고 A 중사가 심경을 적은 휴대폰 메모를 공개했다. 수사심의위는 A 중사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임의 기구다.

이날 회의에서 공개된 메모는 A 중사가 3월 2일 선임 부사관인 B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다음 날(3월 3일) 작성됐다. 메모는 제20전투비행단 직속 상관인 C 상사와 면담한 직후 작성됐으며, ‘조직이 날 버렸다’ ‘내가 왜 가해자가 되는지 모르겠다’ ‘더는 살 이유가 없다’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하다’ 등 극단적 선택을 예견하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날 그는 또 다른 상관인 D 준위와 면담 후 ‘D 준위도 C 상사와 똑같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중사는 성추행당한 뒤 곧바로 피해 사실을 부대에 신고했지만, 가해자는 물론 ‘사건을 무마해 달라’는 C 상사와 D 준위의 회유와 압박에 시달리다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C 상사에게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 관한 면담 강요죄 등을 적용, 구속기소 의견을 의결하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보복 협박죄 적용을 권고했다. D 준위에 대해서도 군인 등 강제추행죄 및 특가법상 보복 협박죄 등으로 구속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아울러 위원회는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20비행단의 미흡했던 초동수사 조사 결과도 보고받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 수사계장은 3월 5일 피해자 조사만 진행한 채 같은 달 8일 B중사에 대한 불구속 의견이 담긴 인지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가해자 조사가 같은 달 17일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B 중사를 조사하기도 전에 불구속 판단을 한 셈이다.

해당 수사계장은 25일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입건된 상태다. 위원회는 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입건할 것을 권고했다. 대대장은 가해자 진술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 불구속 처리’ ‘압수수색 최소화’ 등 소극적 수사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중사 부친은 28일 경기 성남의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 당국의 수사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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