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프리카' 코로나병동은 '찜질방'... "한여름이 두렵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프리카' 코로나병동은 '찜질방'... "한여름이 두렵다"

입력
2021.06.27 10:30
수정
2021.06.28 09:15
6면
0 0

이동형 읍압기... 에어컨 공기 '出', 외부 공기 '入'
에어컨 최강에도 병실 30도 이상… 외부와 비슷

이동형 음압기가 여러 대 설치된 칠곡경북대병원 코로나병동 중환자실. 레벨D 방호복에 순환펌프까지 중무장한 의료진들이 확진자들을 돌보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제공

이동형 음압기가 여러 대 설치된 칠곡경북대병원 코로나병동 중환자실. 레벨D 방호복에 순환펌프까지 중무장한 의료진들이 확진자들을 돌보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제공

24일 낮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병원 '코로나병동'인 73병동. 20여 명이 입원 치료 중인 병동에 들어서자 덥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기자가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지만, 병실 내 기온은 27도라고 했다. 시원한 병원 외래 접수창구와는 딴판이었다. 이날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은 28.5도로 비교적 '선선'했다. 에어컨도 최강으로 맞춰 놓았지만 73병동은 찜질방 수준이었다. 낮 최고 기온 30.5도였던 지난 10일엔 병실도 30도에 육박했다고 한다. 병원 측은 "매일 병실 온도를 측정하는데, 병실 안팎의 기온차는 1도밖에 나지 않는다"며 "한여름 불볕더위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끔찍하다"라고 몸서리쳤다.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들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보건 마스크에 바람이 통하지 않는 레벨D 방호복과 안면 보호대, 덧신까지 중무장해 지난해 초나 지금이나 차림은 똑같다. 요즘 같은 날씨에 2시간 정도 병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김도윤 73병동 수간호사는 "간호사들이 방호복을 입는 데 10분, 벗는데 5분이 채 안 걸릴 정도로 숙달됐지만, 더위만큼은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대구의 코로나병동에선 올해도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찜통더위와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1년 반이나 지났지만, 병실 더위를 식히기 위한 해결책은 마땅히 없다. 대구가 아무리 무더운 도시지만, 에어컨 '빵빵한' 상급종합병원 코로나19 병동에서 간호사들은 왜 아직도 땀에 절어야 할까.

레벨D 방호복 차림의 의료진들이 확진자를 병실로 옮기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제공

레벨D 방호복 차림의 의료진들이 확진자를 병실로 옮기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제공


레벨D 방호복 차림의 간호사가 칠곡경북대병원 코로나병동 읍압입원실에서 무전기로 외부와 연락하며 환자 상태를 입력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제공

레벨D 방호복 차림의 간호사가 칠곡경북대병원 코로나병동 읍압입원실에서 무전기로 외부와 연락하며 환자 상태를 입력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제공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이 병원 3동 3~7층의 200여 병상은 코로나19 확진자만 치료하는 코로나19 전담병동이다. 대구 유흥업소발 확진자가 쏟아진 이달 초엔 한때 100여 명의 확진자가 입원했지만, 지금은 20여 명으로 줄었다. 투석환자나 제왕절개수술을 한 산모 등 상대적으로 중증 확진자가 많다.

하지만 일반 병실에 이동형 읍압기를 설치한 병실이라 냉난방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이동형 음압기는 병실 내 공기를 빨아들여 창문 밖으로 내뿜는 방식으로 병실 내 음압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에어컨으로 식힌 시원한 공기가 빠져 나가고, 외부의 뜨거운 공기가 유입된다. 병동 전체 구조가 이렇다 보니, 기존 공조기로는 더위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언제 몰려들지 모르는 확진자에 대비해 빈 병실에도 음압기를 24시간 가동할 수밖에 없다. 확진자가 줄어도 코로나19 병동은 찜통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스 조끼'가 그나마 땀복 탈출에 도움이 된다.

불편한 몸에 무더위까지 감내해야 하는 환자들도 고역이다. 병원 측은 최근 입원환자가 감소해 조금이라도 시원한 북향 병실로 옮겨 대처하고 있다. 병실마다 에어컨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도 있지만, 자칫 병원 전체에 '블랙아웃'을 초래할 수 있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혹서기를 앞둔 병원측은 전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냉풍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시험해보고 효과가 좋으면 코로나 병실마다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화 냉각법을 사용하는 냉풍기 특성상 물과 얼음을 수시로 채워줘야 하고, 장마 등으로 습도가 높아지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냉방 효과에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냉풍기로 인해 병실 내 습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정밀 의료기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고민이 깊다.

설계부터 감염병 환자 치료를 염두에 둔 감염병 전문병동을 짓는 게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양산부산대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광주 조선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을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칠곡경북대병원도 750여억 원을 들여 음압일반병실 30병상, 음압중환자실 6병상, 음압수술실 2개, 교육훈련센터 등을 갖출 예정이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20㎡ 규모의 정규 음압병실 하나를 짓는데 시설비만 4억 원 이상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병원이라고 해도, 충분한 숫자의 음압병실 확보가 어려운 이유다.


칠곡경북대병원 코로나병동 복도에서 한 간호사가 무전기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제공

칠곡경북대병원 코로나병동 복도에서 한 간호사가 무전기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제공


대구= 정광진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