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등의 혐의로 스페인에 수감
초창기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로 성공 신화 일궈
회사 매각 뒤 마약, 매춘, 살인 등 범죄자로 전락
美 송환 결정 뒤 몇 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의 선구자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던 ‘맥아피(McAfee)’의 창업주 맥아피(75)가 스페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비상한 두뇌와 사업적 감각을 갖춘 그는 성공 신화를 일궜지만 매춘, 마약, 탈세, 살인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맥아피는 탈세 혐의로 수감돼 있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치소 감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지 당국은 “교도관과 의료진이 생명을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맥아피는 스페인 법원이 그의 미국 송환을 결정한 직후에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됐다. 맥아피는 2014년~2018년까지 421만 달러(약 48억 원) 상당을 탈세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6월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됐으며, 10월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체포된 뒤 8개월간 수감돼 있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맥아피의 변호인은 “맥아피는 불필요하게 수감됐고, 더는 갇히는 것을 참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에는 가상화폐 시세를 조작하기 위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허위 글을 올린 뒤 가격을 올린 뒤 초단타 매매를 통해 200만 달러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추가됐다. 맥아피는 전부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30년의 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스페인 법원은 혐의 중 상당 부분이 인정된다며 송환을 결정했다.
영국계 미국인인 맥아피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그는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학대하던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가 내가 15세 되던 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수학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로아노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 제록스, 제너럴일렉트릭(GE) 등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실리콘밸리에 입성한 그는 198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회사를 설립해 최초의 PC바이러스인 ‘브레인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프로그램인 ‘맥아피 바이러스 스캔’ 제품을 개발했다. 맥아피는 창업 5년 만에 연 매출 500만 달러를 달성하며 미국 PC백신 시장의 70%를 점유했다.
짧은 시간에 성공 신화를 일군 그는 1994년 회사를 매각하고 단숨에 억만장자가 됐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범죄자로 전락했다. 총기소지 위반, 마약 밀매, 탈세, 증권 사기, 미성년 매춘 등을 저질렀다. 11개국에서 총 21차례에 걸쳐 체포됐다. 2012년 카리브해 휴양지 벨리즈에서 이웃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수배를 받았고, 2019년에는 군사용 무기급 장비와 탄약을 요트에 싣고 가다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붙잡히기도 했다. 2016년과 2020년엔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