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 참석...마스크 벗고 마주 보며 회의
'문제 될까' 입 단속한 뒤 워크숍 강행
일부 참석자 근무지 박물관 확진 소식에
뒤늦게 전원 코로나19 검사 받고 격리
등대를 포함한 항로표지와 관련된 장비를 연구하는 해양수산부 산하 항로표지기술연구원(항로표지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직원 30명과 1박 2일 워크숍을 열어 논란이 일고 있다. 워크숍이 외부로 알려질 것을 우려해 직원들에게는 "해수부에 출장이라 말하라"며 거짓보고를 종용했고, 다음 날 항로표지원이 운영하는 국립등대박물관 직원 두 명이 확진됐다는 소식에 참석자들이 부랴부랴 코로나19 검사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공기관인 항로표지원은 원장을 포함한 5급 이상 간부 직원 30명이 17, 18일 충남 부여의 한 대형리조트에서 워크숍을 가졌다. 워크숍은 17일 오후 2시쯤 시작돼 18일 단체 오찬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직원들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따라 4명씩 1개 팀을 꾸려 같은 방에서 잤다. 하지만 정작 장시간 진행된 실내 워크숍은 감염병 예방 수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본지가 입수한 사진에는 참석자들이 리조트 내 실내 회의공간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마주 보며 앉아 있었고, 테이블마다 음식물이 놓여 있다. 한 직원은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라서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항로표지원은 워크숍이 정부의 감염병 예방수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직원들을 ‘입단속’시키며 강행했다. 항로표지원 측은 워크숍이 열리기 전 ‘코로나 시기 워크숍을 진행해 해수부 등에서 문제 될 수 있으니 원장님 주재로 발전 방안 회의가 있어 출장 중이라고 해두면 될 것 같다. 워크숍이라고 하지 마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항로표지원은 19, 20일 경북 포항시 호미곶면 국립등대박물관에서 일하는 직원 2명이 잇따라 확진되자, 참석자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격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 감염 직원 2명은 워크숍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함께 일한 박물관 간부 4, 5명이 행사에 참석해 집단감염이 우려되자 전원 검사를 실시했다.
항로표지원 측은 워크숍을 개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켰다고 했다. '해수부에 알리지 말라'고 지시한 함구령은 부인했다.
박계각 항로표지기술원장은 "워크숍 참석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에서 확진자가 나와 코로나19 검사를 한 것이고,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행사도 방역수칙을 잘 지켜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 게시판에 워크숍으로 공지했고, ‘해수부에 알리지 마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라고 한 적도 없다"며 "이 부분은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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