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본회의서 새로 구성 예정
시민들 "제 식구 감싸기" 분통
"특위에 외부 전문가 참여시켜야"
세종시의회가 의원들의 일탈과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 심의해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윤리특별위원회에 '의혹 당사자'를 계속 포함시키려고 해 성난 민심에 불을 붙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해당 의원들을 윤리특위에서 배제하고, 외부 인사가 참여한 독립적인 윤리특위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22일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23일 본회의에서 1년 임기의 윤리특위를 새로 구성할 예정이다. 의원들은 전반기 의회 합의에 따라 예결특위와 맞바꾸는 형태로 새로운 윤리특위를 구성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재 윤리특위는 물론, 바뀔 윤리특위에도 땅 투기·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윤리특위는 위원장인 손인수 의원을 비롯해 임채성·차성호·노종용·박용희·서금택·이영세·채평석 의원 등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차성호 의원과 채평석 의원은 연서면 스마트산단 인근 토지 등 지역개발 사업과 관련한 땅 투기 의혹으로 경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윤리특위와 맞바꾸는 예결특위는 손현옥 위원장과 김원식·박성수·상병헌·이윤희·안찬영·유철규·이순열 의원 등 8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원식 의원은 부인 명의로 땅 투기를 한 의혹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당원 자격 정지 징계도 받았다. 김 의원은 또 공직자 재산신고 과정에서 매입한 땅을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로 신고한 의혹 등 여러 비위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윤희 의원은 연서면 스마트국가산단과 4~5㎞ 거리에 있는 연서면 신대리 땅을 산단 발표 1년 전인 2017년 5월 사들였다. 안찬영 의원은 자신의 고향인 서산 지역의 한 홀덤팝(카드게임을 하며 술을 마실 수 있는 업소)을 방문하면서 방명록을 허위 기재해 징계를 받았다.
결국 현재 윤리특위를 그대로 유지해도, 전반기 합의대로 예결특위와 맞바꿔 새로 구성해도, 땅투기 및 비위 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가 윤리특위에서 활동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세종시의회의 이런 행태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신도심 주민 이모(43)씨는 "땅 투기 의혹으로 경찰 수사까지 받는 사람이 윤리특위에서 셀프 심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대거 참여한 세종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투기 및 비위 행위 의혹 당사자들을 윤리특위에서 배제하고, 외부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한 윤리특위 자문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자문위가 윤리특위를 소집할 수도 없고, 의견을 내도 전달되거나 의회 운영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만큼 자문위 의견이 의장과 본회의에 즉시 보고되고 상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대회의는 또 중장기적으로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외부 인사도 참여한 윤리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연대회의 박창재 집행위원장은 "제 식구 감싸기와 눈치보기를 극복하기 위해 윤리특위를 시의원으로만 구성할 게 아니라 외부 위원으로 과반을 구성해 독립기구로 개편하고, 상설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실질적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출석정지 외에 의정활동비, 월정수당, 여비 지급 중지가 가능하도록 징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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