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기도둑 어찌하오리까" 전기차 증가세 못 따라가는 충전 인프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기도둑 어찌하오리까" 전기차 증가세 못 따라가는 충전 인프라

입력
2021.06.29 04:00
10면
0 0

국내 전기차 15만9851대, 충전소는 6만9332곳
비상 보조 충전기로 일반 콘센트에서 盜電 빈발
대구 수성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수년째 무단 충전
광주선 20대 남성 무단 충전하다 경찰에 입건

한 전기차량이 지난 20일 대구 수성구 상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무단 충전을 하고 있다. A씨 제공

한 전기차량이 지난 20일 대구 수성구 상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무단 충전을 하고 있다. A씨 제공

대구에서 전기차를 운전하는 A(43)씨는 수년 전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수성구 아파트 주차장 내 '전기도둑' 차량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도 비상용 보조 충전기로 전기를 훔쳐 충전하던 차량을 발견한 A씨는 관리사무소에 조치를 요구했다. 이 차량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아파트 등 공용주차공간에서 등록되지 않은 충전기를 활용한 도전(盜電)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반 주차구역이라도 콘센트만 있으면 비등록 보조 충전기로 충전이 가능한 점을 노린 범행이다. 공용 공간에서 쓴 전기세를 나눠 내야하는 입주민 입장에선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28일 수성구의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엔 총 9대의 전기차가 등록돼 있다. 그러나 주차장 충전구역은 4곳 뿐이다. 아파트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을 위해선 충전량에 따라 비용을 무는 전용 이동식 충전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보조 충전기로 일반 콘센트에서 전기를 끌어다 충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아파트의 경우 주차장 입구에 별도 차단기가 없어 외부 전기차까지 전기 도둑질 대열에 합류하기도 한다. 문제가 커지자 충전기 관리업체 측은 전기도둑을 없애기 위해 주차장의 일반 콘센트를 충전 전용 콘센트로 전환하는 방안을 관리사무소 측과 협의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서 한 전기차가 일반 콘센트에 비상충전기를 꽂아 충전하고 있다. A씨 제공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서 한 전기차가 일반 콘센트에 비상충전기를 꽂아 충전하고 있다. A씨 제공

전기차의 전기도둑은 이미 전국적 현상이다. 올 초부터 전기도둑 민원이 제기된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는 최근 전기차 차주들에게 "차량을 충전하려면 1년치 전기료를 내라"고 통보해 갈등을 빚고 있다.

전기도둑으로 경찰에 입건된 운전자도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지난달 아파트 단지 내 공용시설에서 허가 없이 자신의 전기차를 충전한 혐의(절도)로 20대 남성을 입건했다. 이 남성은 아파트 입주민이 아니었다.

전기차량을 충전하기 위해선 뒤편 정식 충전기를 사용하거나, 충전량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정식 이동형 충전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보조용 충전기를 활용해 앞쪽 기둥의 일반 콘센트로 충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김재현 기자

전기차량을 충전하기 위해선 뒤편 정식 충전기를 사용하거나, 충전량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정식 이동형 충전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보조용 충전기를 활용해 앞쪽 기둥의 일반 콘센트로 충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김재현 기자

전기차 차주는 통상 전자 태그를 찍은 뒤 사용량 만큼 전기료가 부과되는 이동형 충전기와 '비상용' 보조 충전기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충전할 수 있다. 이중 보조 충전기는 충전 속도는 느리지만, 일반 콘센트에 꽂기만 하면 충전이 이뤄진다. 차주에 별도로 과금되지 않아 전기도둑 '연장'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충전할 수 있는 전용주차면이 부족하고 일반 차량이 충전구역을 차지하는 경우 등 불가피하게 비상용 충전기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무조건 '전기도둑'으로 낙인 찍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충전기는 전기차 규모에 비해 넉넉하지 않은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이달 현재 전국에 등록된 승용, 승합, 화물, 특수 등 전기차량은 총 15만 9,851대다. 지역별로는 서울 2만7,013대, 경기 2만6,944대, 제주 2만2,148대, 대구 1만3,472대 등이다.

반면 전국 공용공간 등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경기 1만6767곳, 서울 8,984곳, 대구 4,713곳, 경북 4,390곳 등 총 6만9,332곳 등이다. 전기차 보급 대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주유소와 달리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요 지역과 공급 지역 불일치에서 오는 충전기 낭비가 있어, 보다 면밀한 수요 조사를 통해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전기차 차주는 "전기차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불법 주차나 공간 부족 등으로 충전 장소가 마땅찮은 것도 사실"이라며 "충전기 대수를 늘리되 수요가 높은 곳에 더욱 집중 배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 전기차·충전소 보급 현황2021년 6월 현재


전기차 보급
(승용, 승합, 화물, 특수)
공용 전기차 충전소
전기차 100대당
충전소 보급
서울 27,013
8,984
33.2
부산 7,515
3,827
50.9
대구 13,472
4,713
34.9
인천 6,708
2,441
36.3
광주 3,813
2,241
58.7
대전 5,222
1,907
36.5
울산 2,734
1,252
45.7
세종 1,353
740
54.6
경기 26,944
16,767
62.2
강원 4,750
2,521
53
충북 4,952
2,390
48.2
충남 6,588
3,332
50.5
전북 4,432
2,567
57.9
전남 6,222
2,820
45.3
경북 8,188
4,390
54
경남 7,867
4,191
53.2
제주 22,418
4,249
19.1
합계 159,851
69,332
43.4
대구= 김재현 기자
윤창식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