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트리아와 전쟁 끝내 노벨상 받았지만
지난해 티그라이 내전 일으킨 아머드 총리??
인권침해 방관하고 유엔 휴전 권고도 무시
201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시작된 총선을 통해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걱정스런 시선은 끊이지 않는다. 아머드 총리가 노벨상을 받은 이후 권력을 지키기 위해 북부 티그라이 지역에서 내전을 일으킨 데다, 민간인 학살과 강간 등 문제를 ‘국가 번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 정도로 치부하는 등 돌변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두 차례 연기됐던 에티오피아 국회의원 선거가 이날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아머드 총리가 소속된 집권 번영당(PP)이 무난히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머드 현 총리의 연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2018년 4월 취임한 아머드 총리는 에티오피아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총리 자리에 오른 직후 정부 비판 혐의로 구속됐던 야당 소속 정치범을 석방했고, 과거와는 달리 시민들의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도 허용했다. 그 결과, 취임 당시 전 세계에서 150위였던 에티오피아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지난해 99위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2018년 에리트리아와의 국경선을 확정, 20년간 이어진 전쟁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전쟁 종식'의 공로로 그는 이듬해 노벨평화상의 주인공까지 됐다. 이번 총선에 대해서도 아머드 총리는 "에티오피아 역사상 전례 없는 평화롭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평화의 전도사'였던 아머드 총리도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선 인권 침해를 마다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작년 11월 발발한 티그라이 내전이다. 해당 지역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은 PP와의 연정에 참여했으나, 아머드 총리 측과 사이가 틀어지며 연정에서 이탈했다. 이후 코로나19를 이유로 총선이 미뤄지자 TPLF는 즉각 반발했다. 아머드 총리의 집권 연장을 의미했던 탓이다. 이에 TPLF는 지난해 9월 자체 선거를 실시했고, TPLF의 부상을 우려한 아머드 총리는 두 달 후 '내란 진압'을 명분으로 티그라이에 연방군을 투입했다. 내전의 시작이었다. 전쟁을 끝낸 공으로 노벨상을 받았던 아머드 총리가 자국 내에서 전쟁을 일으킨, 기막힌 역설이다.
심지어 아머드 총리는 전쟁범죄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티그라이에선 갓난아이부터 9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2,000명 이상이 학살됐다. 같은 달 유엔에서 "90% 이상 주민들이 기근에 시달린다"며 긴급구호를 위한 임시 휴전을 요청했지만, 에티오피아 정부는 거절했다. 강간을 비롯한 성범죄도 만연해 있다. '노벨상 수상을 취소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음에도, 아머드 총리는 지난달 "새로운 번영 국가로 나아가려면 험난한 일도 겪어야 한다"는 트윗을 올리며 인권침해를 정당화했다. '두 얼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총선도 '공정한 선거가 될 것'이란 아머드 총리의 장담과는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AP통신에 “지금까지 200명이 넘는 야당 참관인이 투표소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쫓겨났다”고 성토했다. 게다가 내전 영향으로 총 547개 선거구 중 100곳에선 투표가 아예 진행되지 못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에티오피아 총선에서도 극도의 폭력이 만연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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