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들, '잡코인' 상장폐지 본격 착수 움직임
투자자들,? '기습 공지'에 투자금 날벼락 맞고
'코인 투자=투기' 시선에 속앓이 하기도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본격적으로 ‘잡코인’ 정리에 나서면서, 이들 코인을 사들인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잡코인 청소에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데 더해, '왜 그런 코인에 투자했냐'는 여론의 싸늘한 시선 때문에 피해 사실도 쉽게 공개하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비트, 일주일 만에 29개 코인 ‘상폐’… 145개 정리한 거래소도
21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중 업계 1위인 업비트는 지난 18일 총 24개 코인에 대해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지난 11일 이미 5개 코인에 대해 원화 거래 중단을 발표한 것까지 포함하면 일주일 사이 무려 29개 코인이 상장폐지된 셈이다.
업비트에 이어 업계 2위 빗썸도 4개 코인을 상장폐지했다. 일부 거래소는 한 번에 145개 코인을 일시에 정리하는 절차를 밟기도 했다.
거래소에서 퇴출 통보를 받은 코인들의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정리 대상으로 지목된 코인들이 대부분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김치코인’이다 보니, 국내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은 사실상 시장 퇴출을 의미했다. 현재 해당 코인들의 가치는 한 달 전과 비교해 최대 90% 이상 폭락한 상태다.
피해 투자자 간 갈등 빚고… 국민 여론도 싸늘
정리 대상으로 지목된 코인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은 속수무책이다. 거래소별로 오픈채팅방 등을 구성해 대응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업비트에서 상장폐지된 코인 ‘피카’에 1,500만 원을 투자한 뒤 사실상 전액 손실을 보게 된 투자자 A씨는 “소액 투자자도 많고 다들 생업이 있기 때문에 누구 한 명이 나서서 향후 대응 등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피해를 본 투자자들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거래소의 경우, 상장폐지를 공지하며 동시에 해당 코인의 해외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고소를 미루고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과 “비판을 모면하려는 거래소의 꼼수”라는 입장이 갈리기도 했다. 일부 오픈채팅방에서도 투자자들 대신해서 고소 진행한다고 수고비를 받은 뒤 잠적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 투자’에 대한 싸늘한 시선도 투자자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그간 국내 거래소들의 무분별한 상장에 대한 지속적인 경고가 있었던 만큼, 위험성이 높은 코인에 투자금을 넣은 것은 본인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거래소들의 ‘잡코인 대청소’가 이뤄진 지난주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거래소 비판 게시글이 올라왔으나, 이날 오후 3시 기준 동의자가 3,000명에도 못 미쳐 답변기준 20만 명에 턱없이 부족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 신고기한(9월 24일)을 앞두고 당분간 상장폐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가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중소 김치코인에 투자하고 있다면, 일단 매도 후 출금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는 “애초에 문제 소지가 있는 코인을 상장시킨 거래소 잘못이 크다”며 거래소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