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부인 갑질, 신고도 못 해" 5인 미만 사업장, 괴롭힘 취약지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작은사업장 노동자 권리보장 요구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들 다 보는 데서 욕하고 소리지르고…. 사장 부인 갑질은 어디에 신고하나요?

A씨는 최근 3년간 휴일도 없이 일했던 회사를 그만뒀다. 사장 부부가 운영하는 4인 사업장이었는데, 욕설에 폭행 등 '갑질'을 일삼았던 사장 부인 때문이다. A씨는 증거 수집을 위해 녹음까지 했는데 끝내 신고하지 못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직장 내 괴롭힘을 처벌할 수 없어서다.

2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이런 법적 허점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의 의뢰에 따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3월 17일부터 23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5인 미만 사업장 직장인 36%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평균(32.5%) 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닐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노동청에 접수돼도 행정종결이나 취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억울한 건 또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를 한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 퇴사자에겐 이 역시 '그림의 떡'이다. A씨도 3년 동안 꼬박꼬박 고용보험료를 냈지만, 실업급여를 못 받는 이중 차별을 겪었다. 부당 해고를 겪어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이 어렵다면 직장 내 괴롭힘 등 일부 항목에 대해서만이라도 노동법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직장갑질119의 조현주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처벌하는 건 노동 현장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받게 해줘야 한다는 것인데,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