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체코에서 ‘원자력발전소 세일즈’ 총력전을 벌이고 20일 귀국했다. 두코바니 지역에 약 8조 원을 들여 1,000~1,200메가와트(㎿급) 원전 1기를 추진중인 체코를 뚫는다면 국익과 ‘원전 강국’으로서의 위상까지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원전 건설 수주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각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도 현실이다. 정작 국내에선 원전 건설과 활성화를 억제하면서도 해외에선 안전성과 우수성을 앞세워 원전 건설에 나선다는 ‘이중잣대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의미하는 ‘내로남불’의 반대 개념이라며 ‘내불남로’ 정책"이란 목소리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산업부 장관과 한수원 사장의 비장한 외출
이날 산업부에 따르면 문 장관은 전날 체코 안드레이 바비쉬 총리 및 카렐 하블리첵 산업통상부 장관과 회동, 적극적인 원전 수주활동을 펼쳤다. 한국이 체코 원전사업을 함께 할 최적의 파트너란 점을 강조한 근거는 현재 진행중인 다수의 해외원전 건설 실적은 물론 국내 원전 운영 노하우까지 포함됐다. “한국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은 다수의 해외원전 건설 공기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계획된 예산과 공기를 준수한 대표적 성공사례”란 설명도 곁들였다.
문 장관은 나아가 체코 총리와 장관의 한국 방문이 성사될 경우 직접 한국 원전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확인시켜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바비쉬 총리는 “체코 입장에선 한국이 안보 리스크가 없고, 중국과 러시아의 체코원전 참여에 반대했던 야당들도 한국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내지 않고 있다”며 “한국의 입찰 참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화답했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장관 면담에 배석한 정 사장도 “한국이 체코 원전사업을 수주할 경우 체코기업이 한국기업과 함께 원전사업에 바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미 160여 개의 체코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한 상태”라며 전문인력 양성에 필요한 협력사업 등을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하블리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체코기업의 원전사업 참여 비중이 사업자 선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21일 사전안보심사 질의서를 한국·미국·프랑스 3개국에 송부할 예정인 만큼, 한국이 충실히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면담 이후 양국은 기업·기관 간 업무협약(MOU) 체결식을 진행하고 한수원-체코전력산업계연합 협력 등 7건의 MOU도 체결됐다.
국정 철학-국익 사이서 ‘갈팡질팡’ 언제까지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원전 정책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에선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는 우리 정부가 해외에선 오히려 국내 원전을 모델하우스로 노골적인 홍보에 주력하는 이중적 행보에 혼란스럽다는 시각에서다.
앞서 진행된 UAE 원전수주는 물론,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확보 및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점도 정부의 탈원전 철학과는 상반된 행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이 뒤늦게라도 탈원전 정책을 수정하거나, 최소한 방향성이라도 명확히 밝혀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원전이) 위험해서 안 짓겠다고 하고, 해외에 나가선 장점을 강조하며 사라고 하면 누가 사겠느냐”며 “앞뒤가 맞는 얘기를 해야 해외에서도 진정성을 느낄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 교수는 “체코 원전을 수주하더라도 착공 시점은 2029년”이라며 “국내 원전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 유지와 국내 전력 수급난 해소를 위해서라도 원전 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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